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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돌 May 12. 2020

다시 찾은 요가원1

내 몸을 감당하기 이렇게 힘들다니

한 시간 동안 엎드려뻗쳐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갔다. 예전에 입던 헐렁한 요가 옷이 꽉 끼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긴 했지만 설마 이럴 줄이야. 뻣뻣하긴 해도 가능했던 동작이 버거워지고 내 몸을 받치고 있는 손목이 너무 아팠다. 덜덜 떨며 한 동작씩 따라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은 어찌나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던지. 설렁설렁 스트레칭하며 방심했더니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 




처음 요가를 접했던 건 대략 15년 전, 대학교 4학년 취업준비생 시절이었다. 당시 세련된 취미를 가지고 있던 친구가 일주일에 2번 요가 수업을 듣는데 너무 좋다며 요가원에 한번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때도 역시나 뻣뻣했던 나는 요가 동작을 제대로 못 해낼 것이 겁났지만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등록했다. 서류 탈락, 면접 탈락, 최종 탈락 등 각종 탈락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을 때라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당시 내가 간 요가원은 제법 큰 규모였는데, 향초와 종 기묘한 패턴이 있는 카펫으로 장식되어 외국의 사원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쭈뼛쭈뼛 자리를 잡고 선생님을 따라 호흡과 동작을 배우는데 몸이 영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는 주변을 더 많이 신경 쓸 때라 나만 너무 못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그 공간의 차분함과 향이 좋아서 제법 열심히 다녔다. 어설프게나마 자세가 잡힐 때쯤 취업을 했는데, 그때는 진짜로 멘털이 나가서 요가원을 다닐 수 없었다. 몇 달 만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첫 기억이 나쁘지 않았기에 이사를 다닐 때마다 근처에 요가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나 찾아보곤 했다.


20대 후반에 찾아간 요가원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때는 요가 선생님의 에너지가 참 좋았다. 주파수가 맞는 선생님을 만나니 힘든 동작을 해도 견딜만했다. 가끔 너무 몰아붙이는 선생님을 만나면 계속 혼나는 느낌이 들어서 개운하지 않았는데, 이때 만난 선생님은 몸과 마음을 힐링해 주는 매력이 있는 분이었다. 특히 요가가 끝나고 몇 분간 이어지는 송장 자세 시간에 살며시 목 뒤에 아로마를 발라주신 기억이 참 좋았다. 그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달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결혼 후 이사를 하고 새로 찾은 요가원에서는 호흡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차분한 원장 선생님은 강도를 조금 낮추는 대신 호흡에 관한 지도를 많이 해주셨다. 이때 처음으로 내 몸에 집중하는 것이 무언지 배웠다. 팔다리 근육뿐 아니라 내 정신세계에도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고 그런 시간을 가지면 의외로 에너지를 더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전문가가 아니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수련을 위해서는 요가가 참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좋은 경험과 기억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이유는 부족한 끈기 때문이다. 처음에 열심히 하다가도 한두 번 빠지게 되면 점점 가는 횟수가 줄고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해 미적지근하게 끝나버린다. 다시 새로운 곳에 찾아가도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요가가 참 좋고 나에게도 맞는 운동임을 알지만, 헬스에 비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헬스장에 가지 못하고, 여러 가지 기구를 만져야 하는 헬스장보다는 온전히 내 몸 하나로 단련하는 요가가 좋을 것 같아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다.




새로 만난 선생님은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에너지 넘치는 분이시다. 아쉬탕가 수업을 힘들게 진행하기로 유명한 분이라는 소개로 들어갔다가 땀을 바가지로 흘리고 나왔다. 당연히 동작의 반도 따라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 시간의 수업이 끝나니 개운했다. 오랜만에 근육통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이번엔 왠지 예감이 좋다. 그동안 누려온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 새로 배우게 된 아쉬탕가에 좀 더 정성을 쏟아보려 한다. 차근차근 동작을 익히고 호흡을 배우면서 내 몸의 유연함을 깨우는 시간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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