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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Nov 23. 2023

출판사 입사하기_ 전공은 상관없습니다


간간이 브런치나 출판사 공식 메일을 통해서 출판사 취업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지인의 지인이 창업이나 취업 상담을 하기도 하고요.

제일 먼저 궁금해하는 부분은, 전공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SBI나 한겨레출판학교 이수가 도움이 되는지 이 두 가지인 것 같아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둘 다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먼저 저는 대학교 마지막 학기 12월에 출판사로 첫 출근을 시작했는데요.

전공은 문예창작이고 SBI나 한겨레출판학교 이수는 하지 않았습니다.

단, 입사 후 사측의 권유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실무자 강의를 몇 주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받았던 여러 자료들은 지금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당시 저는 입사 지원을 하기 전에 출판 관련 강의를 듣기보다는 자격증에 좀 더 신경을 썼는데요.

‘무조건 출판사에 가야겠다’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령 방송 작가라든지 시나리오 작가라든지…     


아무튼, 전 입사 지원을 할 때 총 세 가지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어능력인증시험과 KBS한국어능력시험 2급 그리고 한자능력시험 4급(...), 한국사시험도 준비하고 있었죠.

왜냐하면 전 뼈문과니까요. 아마 전 전공과 자격증이 어필이 되었던 케이스인 것 같아요.

물론 자소서에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도서부 활동을 했던 것, 책을 사랑하는 마음 등도 강조 또 강조해서 썼었고요.


막상 출판사에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꽤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편집자로 근무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문창과 아니면 국문과겠지’ 하는 생각은 말 그대로 편견이었습니다.

신방과, 철학과, 사학과는 물론 기계공학이나 생물학과 등 관심이 없어서 듣자마자 잊어버린 이공계 전공자들도 꽤 있습니다.

나름 문과 계열(?) 출판 쪽도 이런데, IT나 사회 과학이 주력인 출판사라면 이과 계열 전공자가 훨씬 많겠지요.

그리고 SBI나 한겨레 출신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데요. 도움이 됐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흔쾌히 대답하는 편집자가 별로 없긴 하지만요...




이제 나름 연차가 있다 보니 가끔 신입 편집자들의 서류전형 검토 업무를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 서류를 검토하는 분들은 신입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이력서들은 대부분 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1) 얼마나 '책에 대한 경험'을 해보았는지

2)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

대부분 1번에만 치중해 SBI, 한겨레, 도서관이나 대학 사보사, 출판 인턴 경험 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책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느냐도 신입 편집자를 뽑을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1번이 자격증/대외경험란에 들어가는 부분이라면 2번은 자소서 등의 서술 문항에서 잘 드러나는 부분이겠죠. 서평단이나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이라든가, 여행을 가면 꼭 들러보는 지역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 인상적이었던 책이나 작가 등등.




이력서를 채웠다면, 이제 '어느 출판사'의 '어떤 팀'에 지원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출판사마다 잘 다루는 장르가 다르고, 설령 종합출판사라 하더라도 편집팀마다 담당하고 있는 도서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2)의 경험과 관련해, 가장 사랑하는 장르를 다루는 출판사에 지원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에세이를 좋아한다면 에세이 전문 출판사에, 과학서나 사회서적을 좋아한다면 관련 책을 꾸준히 출판하는 곳에 지원해야 합니다. 이 첫 단추를 어떻게 끼느냐에 따라 초반에 개고생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잘 정착할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수 있는 건 출판사 업무에서도 똑같아서,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만 본인의 강점은 사회서적 편집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를 바꾸고 싶다면, 팀 변경을 요청하거나 이직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가령 저는 에세이 출판사에서 첫 이력을 시작해, 경제 서적팀으로 옮겼다가, 다시 다른 출판사 경제팀으로 이직했다가 그 출판사 안에서 몇 번의 팀 변경을 거쳐 현재 다시 에세이와 소설을 기획, 편집하고 있습니다. 경제 서적 편집은 엄청 재미가 없더라고요. 요리책 등 실용서적 편집은 엄청나게 재밌었는데, 에세이나 소설 같은 줄글 편집과는 아예 다른 장르라서 꽤 애를 먹었고요. 과학서적은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건 입사 전엔 알기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

실무를 겪어보며, 내가 어떤 장르의 책 편집과 기획에 강점이 있는지는 차차 알아나가야 하죠.


어느 출판사의 무슨 팀으로 지원할지 결정했다면, 꼭 잡플래닛에서 평판을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해당 출판사의 사내 분위기나 색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거든요. 면접이나 테스트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요.

그리고 혹 면접을 가게 되었다면 면접 전 해당 출판사의 베스트셀러와 신간들을 꼭 찾아보고 가셔야 합니다.

'우리 출판사의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혹은 '우리 출판사 OOO 책 읽어봤느냐' 같은 질문은 무조건 나오거든요. 아예 독서록을 제출하라고 하는 곳도 있죠.


소규모 출판사라면 면접만 보고 바로 '다음 주부터 출근해!' 할 수도 있지만, 큰 출판사일수록 전형이 많고 복잡합니다. 서류-팀장면접-맞춤법 테스트-편집장면접-보도자료&기획서 테스트-임원 다대일 면접-대표 면접 막 이런 식인 곳들도 간간이 있습니다. 사이사이 합불을 계속 가려내기 때문에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리기도 해요.

만약 지원하려는 출판사에 보도자료 테스트가 있다면, 서점 베스트셀러 소개글들을 차분히 쭉 한번 읽어보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출판사에서 말하는 보도자료란 교보문고 같은 곳에 등록되어 있는 '책 소개, 저자 소개, 출판사 리뷰' 등을 의미하는 거예요. 이 외에 언론용 보도자료도 있긴 한데 이걸 테스트한다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여기선 다루지 않을게요.


맞춤법 테스트는 단순 교정교열일 수도 있고, 윤문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건... 토클이나 KBS한국어능력시험 문제집들을 한번 보고 가시거나...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도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열린책들 사정에 맞게 변형된 부분도 있으니 잘 보셔야 합니다. 맹신 금지.

그리고 책을 볼 때 국어사전을 항상 검색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어차피 편집자가 되면, 웹에 항상 국어사전을 띄워놓고 일하거든요. 단, 네이버 등 포털 사전을 이용하면 '우리말샘',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등의 검색값도 같이 뜨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무시하셔야 합니다. 오직 '표준국어대사전'이 기준입니다.



자, 지원할 곳까지 정했다면 이제 구인공고를 다시 한번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소속이 기획팀인지, 편집팀인지, 기획편집팀인지 혹은 조판팀인지 말이죠.

상세 업무도 기획편집인지, 편집인지, 기획인지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간혹 '한글 조판 및 교정교열'이라는 희한한 업무가 써져있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 차이에 대해선 2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 글을 쓰면서 먹은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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