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기획편집자?
브런치에서도 가끔 편집자를 다룬 글들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편집자나 출판사를 욕하는 글이라든지... 디스하는 글이라든지... 비난하는 글이라든지...)
출판 미팅 경험을 쓰시는 분도 있고 출판사 면접을 본 이야기나, 취업을 준비하는 이야기 혹은 이직 준비 중인 편집자의 이야기 등등.
생각보다 꽤 다양하더라고요. 아마 제 눈에만 보이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그런데 읽다 보면 생각보다 편집자, 기획자 그리고 기획편집자 셋을 각각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읽으면서 '에엥?!' 싶었던 때가 있어서 이참에 한번 정리해 볼까 합니다.
여기 각기 다른 출판사 세 곳의 구인 공고가 있습니다.
(구인 공고는 무작위로 가져왔을 뿐, 출판사를 특정한다거나 다른 의미는 일절 없습니다)
첫 번째 공고를 보면 제목부터 '기획편집자'를 찾는다고 되어있습니다.
하는 일 또한 '기획과 편집'이라고 명확히 써있습니다.
두 번째 공고는 '기획자'를 찾는다는 제목입니다.
하는 일을 들여다보니 '단행본의 전반적인 도서 진행 관리'라고 되어있네요.
세 번째 공고는 '편집자'를 찾는다 되어있는데요.
하는 일은 원고 검토와 교정교열, 한글 편집이네요.
편의상 제목으로 검색해 기획편집자, 기획자, 편집자 공고를 각각 가져왔지만
사실 기획편집자를 뽑는다는 공고에서도 하는 일에 한글 편집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편집자를 뽑는다는 제목으로 기획자'만' 뽑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사실 편집자나 기획편집자나 기획자나 그놈이 그놈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쓰다 보니 저도 헷갈리는걸요...
업무별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 백지상태에서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그 소재로 글을 써줄 작가를 찾아 계약까지 하는 것
편집 기획을 통해 계약된 초고를 받아, 책의 꼴로 만들어 내는 것
교정교열 워드 혹은 아래아한글로 된 원고를 보며 오탈자를 잡아내고 윤문을 보는 것
조판 교정교열이 끝난 원고를 받아, 내지 디자인이 된 인디자인에서 쭉 흘리는 것
한글 편집 교정교열이 끝난 원고를 받아, 바로 인쇄할 수 있게 아래아한글에서 디자인까지 끝내는 것
최근에는 기획과 편집을 같이 하는 추세라, 기획편집자를 줄여서 '편집자'라고 해도 보통 이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체감상 70~80% 정도).
이런 경우 출판사엔 편집팀 혹은 편집기획팀이 있죠.
간혹 편집팀과 기획팀이 나뉜 곳이 있는데, 이 경우 편집만 하는 편집자 그리고 기획만 하는 기획자로 갈립니다(체감 10~20%).
그리고 드물게, 교정교열자까지 따로 두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편집' 업무 안에는 사실 원고 검토나 보도자료와 SNS용 카피 작성, 언론 릴리스, 디자이너와 협업, 인쇄 파일 검수, 작가님 우쭈쭈 등 다양한 업무가 있는데 '교정교열자' 혹은 '교정교열팀'은 오로지 '교정교열'만 봅니다. 대개 내부에 두기보다는 외주로 그때그때 돌리는 곳이 많습니다(체감 5% 내외).
조판은 보통 내지 디자인을 담당한 디자이너가 진행하는데, 역시 드물게 조판자를 두거나 한글 편집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조판자야 업무 효율성을 위해 그러려니 하는데, 문제는 한글 편집입니다.
아래아 한글에서 도표를 넣든 사과나무를 그리든 어떻게든 디자인과 편집을 하고, 교정교열도 봐서 그 상태 그대로 인쇄를 넘겨버린다는 의미거든요. 대학 시절 떡제본 교재의 퀄리티를 떠올리시면 얼추 비슷할 겁니다(체감 5% 내외). 사실 학술서나 이런 분야에서 종종 보이는데 가끔 단행본을 이렇게 인쇄하는 정신 나간 곳도 있더군요.
이전 글에서 '공고를 잘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 데는 이런 연유가 있습니다.
다루는 책 분야도 문제지만, 그 안에서도 직무가 생각보다 꽤 다양하거든요.
편집자가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 대부분 헷갈려하시는 것도 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는 '편집자'='기획편집자'가 그냥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하니까요.
출판사 입사를 준비 중이시라고요?
기획과 편집 중 어떤 업무가 내게 맞을지 고민이시라고요?
마찬가지로 걱정하지 마세요! 둘 다 하셔야 됩니다! :)
(한글 편집은 피하십시오... 돔황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