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찰집

쓰레기의 길

by 참진



쓰레기의 길


길이 있었다

쓰레기차가 지나간 자리, 미처 닫지 못한

괄약근 사이로 멀건 액즙이 줄줄 흘러나온

주어가 빠져나간 육체는 비슷한 삶을 살았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없었고, 원했던 것만 그득했던

한마디로 빈껍데기였고

진정한 빈껍데기가 된 지금과 다를 건 없었지만


완전한 무()로 돌아가는 길은 처참했다

어두운 골목길 질질 끌려간 모퉁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생(生)의 사각지대

차갑게 식어갔던 곳에서 기억은 굳어갔다

묻고 싶다

왜 밤마다 흘러가버린 욕망이 모여야 했는지

다 거기서 거기였는지

어디로 가는지


새로운 욕망은 흘끔거리며 지나갔다

육체 속에 들어있는 것이 순간이라는 것도 모른 채

내가 너의 과거였고 미래인 줄 모른 채


이 집 저 집

섞이고 썩은 육체의 길

빈 육체를 실은 차는 느릿느릿 나아갔고

사람들은 장례 행렬을 피했다

썩은 냄새는

숨 막히게 무거웠고, 찌를 듯이 날카로웠다

젖은 길은 금세 흐려졌으나

새로운 주어는 남아있었다

눈을 감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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