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기대고 싶었다
무거운 몸통을 지탱하는 날갯짓이 처절했지만
사면이 통유리로 된 건물엔 끼어들 틈이 없었다
미끄러졌다
매끈한 유리엔 매미가 매달릴 턱이 없었다
나무의 수많은 틈과 턱은
도심의 고층 건물들에선 찾을 수 없었다
곧 비가 올 것이었으므로,
매미는 오르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다가
아래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다
포장된 길 위에 앉았다
강남역 한복판
사람들은 매미의 턱에 걸려 틈을 만들었다
기댈 것 없는 곳에서
숨 쉴 곳 생겼다
부자연스러움 속에서
매미만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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