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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Aug 08. 2020

틈과 턱


틈과 턱

 

매미는 기대고 싶었다


무거운 몸통을 지탱하는 날갯짓이 처절했지만

사면이 통유리로 된 건물엔 끼어들 틈이 없었다


미끄러졌다

매끈한 유리엔 매미가 매달릴 턱이 없었다

 

나무의 수많은 틈과 턱은 

도심의 고층 건물들에선 찾을 수 없었다

 

곧 비가 올 것이었으므로,

매미는 오르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다가


아래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다

포장된 길 위에 앉았다

 

강남역 한복판

사람들은 매미의 턱에 걸려 틈을 만들었다

 

기댈 것 없는 곳에서

숨 쉴 곳 생겼다


부자연스러움 속에서

매미만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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