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찰집

여백

by 참진



여백


컵에 담긴 물은 그대로인데

책상 모서리에 놓으면 불안해 보이고

책상 중앙에 놓으면 안정돼 보이는 건

컵을 감싸는 여백이 크기 때문이겠지

여백이 차지하는 공간만큼

죽어가는 여백의 바깥

안쪽부터

쌓여가는 잡동사니들


여백을 여백으로 두지 못하는 건

어떤 심리인지요


중요한 건 컵 속에 담긴 물일 텐데

모두가 여백만 바라보지


한평생

여백이 어떻게 바뀌는지만 궁금한 빈껍데기


물이 말라 가는 것도 모르고

색이 옅어지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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