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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Oct 12. 2020

일당잡부


일당잡부


가로등 불빛에 몰려드는 날벌레처럼 기웃거렸다

불은 쉽게 꺼지고 드물켜져서

굶주린 인파는 빈 등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밤에는 눈과 귀와 입을 막았다

감각들이 정지되어야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다

내가 작아질수록 그림자는 길어졌다

차곡차곡 쌓이는 건 왜 이리도 싫었는지

제 발로 떨어져 귀퉁이가 뭉개졌다

버려져야 살아나는 시간들

누군가는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한

빛의 뒷면만 꿈틀대는 색 바랜 자신은 보지 못한 채

그림자들이 엉켜서 불은 더 빛나 보였다

얕은 바람에 나는 너무도 쉽게 날아가버렸다

몸은 가볍지만 머리는 무거웠다

바닥에는 죽은 육체들이 나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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