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흘러간다. 햇빛은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공간의 모양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대지 위에 온갖 것들을 어루만진다. 그로 인해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그 풍경은 날마다 새롭다.
햇빛의 표정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한다. 밝음은 잠들어 있던 세포들이 깨어나 춤을 추는 듯이 활발하고, 어둠은 차갑고 축축하여 음습한 냉기가 느껴진다. 그 모습은 생사를 함께하는 생명체의 모습과 닮아 있다. 햇빛도 자연의 일부이니 그 섭리에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듯싶다.
해는 시간에 의해 떠밀려와서 때가 되면 지평선 너머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해를 막을 도리는 없다. 아마도 그렇게 되어야 할 자연적인 이유가 있으리라. 어둠이 다가오고 햇빛이 멀어지는 과정은 서서히 교차되는 생성과 소멸이라서 그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해가 저물어도 빛은 남아있고 그 빛 속에서 어둠이 잉태된다. 그렇게 어둠은 어느 순간 세상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