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나무
과수원의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와 열을 맞추어 서있다
열매를 쉽게 따기 위해
가지와 줄이 연결된 채 땅에 결박되어 있는
수백 그루의 나무들
키가 작고 가지들이 벌어진
괴기스러운 모양의 나무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람들은 나무가 어떻게 생겨 먹었든 간에
그것에서 맺히는 열매에만 관심 있지
과수원은 나무의 독자성이 매몰된 채
과일을 생산하는 공장이 되어버렸다
사람들도 과수원의 나무들과 닮아있다
사회의 나무가 되기 위해
사회를 위한 열매를 맺기 위해
보이지 않는 줄로 팔과 다리를 묶어 결박한다
몇몇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소리치고 바둥대며 저항하지만
그들을 묶은 줄은 더 단단하게 옥죄어온다
힘이 빠져 축 늘어진 몸을 간신히 가누고 주변을 바라보니
사람들은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에 위안을 삼고
줄에 매어있는 제자리를 더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몸부림치는 것에 지쳐
미처 묶이지 않은 팔을 꺼내
내손으로 칭칭 감아 땅에 박아버린다
이제는 묶인 줄을 풀어헤칠
열정이, 기력이, 용기가 사라져 간다
그렇게 사회의 나무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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