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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Mar 05. 2020

아빠의 메아리


아빠의 메아리


어릴 적 대화를 나누는 아빠의 등에 기대어 떨리는 말의 울림을 느끼는 것을 좋아했다.

입 밖에서 죽어버리는 얄팍한 말이 뇌와 척수 그리고 심장을 훑고 공기와 함께 울리며 그의 몸 안에서 메아리쳤다. 그 찰나의 덧없음에 매료되어 그의 몸에 내 몸을 연결해서 한참을 들었고, 사라지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나는 커가면서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끼어들기 위해 속수무책으로 바빴고, 그의 메아리는 내 안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수십 년이 지나 그때의 그의 나이가 된 오늘, 다른 이가 나의 메아리를 듣고 있다. 그 모습은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게 했다. 잠들어있던 기억 속엔 그의 몸과 내 몸이 지금까지 닿아있었다.


이제 더는 그의 메아리가 내 마음에 전달될 순 없지만, 내 안의 메아리가 다른 이에게 전달되어 퍼져간다. 그 떨림이 몸에서 몸으로 정처 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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