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어두운 공원엔 우리 둘 뿐이다.
가로등이 있는 힘껏 내리쬐지만 얼어 굳은 내 두 손을 녹이긴 역부족이다.
당신의 목도리 아래 숨겨진 점퍼의 지퍼를 손으로 더듬어 찾아 내린다.
열린 점퍼 안에 두 손을 가만히 넣어본다.
나 추워 떠는 것도 모르는 이 무심한 사람의 옆구리를 꼬집어준다. 당신이 헛헛, 하고 웃자 당신의 옆구리도 함께 씰룩거린다.
내 두 팔이 당신의 몸통을 깊이 감쌀수록 우리 둘의 얼굴도 점점 가까워진다.
당신의 코에서는 몸통이 열리고 닫히는 리듬에 따라 하얀 김이 주기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한 번의 들숨에 한 번의 날숨. 하얗고 따뜻한 숨이 사라지기 전에 코 끝으로 건드려 본다.
달콤한 향이 난다. 그가 온 생을 들여 조향 해낸 향이다.
이제는 아예 코 끝을 마주 대고 서서 서로의 숨을 들이쉰다.
들숨과 날숨을 엇갈려 쉬며 가슴 가득 서로의 향을 채워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