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깨 Sep 13. 2023

‘왜 우리 아이에게만 그러세요’=아이를 포기해 주세요


  여러 해에 걸쳐 학부모 상담 이력이 쌓이며 대체로 부모님들은 세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유형은 자신의 아이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부모. 두 번째는 자신의 아이를 과소평가하는 부모. 세 번째는 자신의 아이를 과대평가하는 부모이다.


 첫 번째 유형의 경우 대체적으로 아이에 대한 교사와 부모의 평가가 거의 일치한다. 아이가 가정과 학교에서 거의 다르지 않게 행동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부모가 아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직접 보지 않은 행동도 예상 가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부모님이 여기에 속하며 이런 경우 학부모 상담은 안정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아이에 대한 교육 전략 공유가 상담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두 번째 유형의 경우 부모는 ’우리 아이 너무 부족해요‘라고 말하고, 교사는 ’이 정도면 충분해요‘라고 말한다. 가정에서는 마냥 응석받이더라도 학교에서는 책임감 있게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가 많이 높을 경우에 시선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교사가 부모님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한다. 부모님이 잘 모르는 아이의 장점을 알려주고 아이를 일부러 더 치켜세워준다. 부모님에게 아이를 믿어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 유형의 경우 부모는 ’그럴 리가 없어요‘라고 반응한다. 가정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행동이 학교에서는 발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주로 교우관계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그렇다. 가정에서는 교우관계의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지만 학교에 있는 동안은 거의 모든 시간을 교우관계 속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의 상담은 교사에게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아이가 교실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완곡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아이의 부모님이 첫 번째 유형이나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아이를 이끌어줄 수 있다. 아이가 교실에서 어떠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부모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고, 교사의 시선에 대한 신뢰 또한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교실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의 부모님이 세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면 교사와 학생, 부모 모두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된다. 부모는 자녀가 교사에게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닌지 늘 걱정을 하게 된다. 교사는 아이에게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부모와 나누지 못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진다. 아이는 그 사이에서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교사의 무기력한 미봉책만을 겪다 진급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어요‘라는 말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아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도우면 되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내가 아이를 위하고 있음을, 아이가 학교에서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음을 전달할 기회가 아직 남은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기회들을 놓쳐버리면 도무지 해결 불가능한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을 바꾸지 못한 부모들의 마음에는 교사가 아이를 완전히 잘못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차게 된다. 그리고 부모의 말은 ’왜 우리 아이에게만 그러세요‘라고 바뀐다. 이 말은 이제 남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신호이다.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라는 뜻이고 교육적 시도를 할수록 더 나쁜 교사가 된다는 암시이다. 끝내 이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을 때 교사는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의 대상이 되곤 한다.


 ‘왜 우리 아이에게만 그러세요’라는 말을 이미 학기 초에 들어놓고 그저 애를 썼던 때가 있었다. 노력할수록 부모님은 더 내게 등을 돌렸다. 분노에 차 친구를 죽이겠다며 달려 나가는 아이를 붙잡고 진정시키느라 발에 차이고 손톱에 긁혔어도 나는 그 부모님에게 끝내 색안경을 끼고 편애를 일삼는 교사로 남았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신고당하지 않은 게 다행인 일이었다.


이전 03화 아이들은 상담실에 가는 친구를 낙인찍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