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기르는 마음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1취미(趣味)1예(藝)”는 있어야 삶이 윤택해진다고 얘기하면서 애견을 길러보라고 권고한다. 사실 젊은 시절 정력적으로 일하던 사람이 은퇴한 다음에 정신적 허탈감에 빠지는 것은 은퇴 후에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나의 한 선배는 6.25 전쟁이 막 끝났을 무렵 부친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혼자 있다 보니 개가 좋은 친구가 되었고, 사람과 동물 간에도 심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그 사람에게 들었다.
그 후 그가 귀국해서 중학교를 진학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반일 분위기가 팽배해 일본에서 갓 돌아온 그에게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개를 더욱 가까이 하게 되었고 진돗개가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세계견종협회에서는 진돗개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 요구조건이 까다롭기도 했지만 확실한 순종(純宗)이 없다는 이유에서 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진도에 가서 사흘을 머물며 장터에도 가고 또 순종이 있다는 이집 저집을 찾아 30마리를 사왔다. 그리고 사육사와 함께 연구하고 외국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조언을 받아가면서 순종을 만들어 내려고 애썼다. 처음 들어온 30마리가 150마리가 되었을 무렵 순종 한 쌍이 태어났고, 마침내 1979년도에 세계견종협회에서 진돗개를 데리고 가서 한국이 원산지라는 사실을 등록 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리 취미 생활이라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신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취미를 통해서 남을 도와 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지금 아이들을 보면 보호 받는 데만 익숙해 있지 남은 보호하거나 남에게 베풀 줄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들에게 애견이든 새든 동물과 교류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동물을 키우다보면 말 못하는 동물의 심리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저절로 몸에 밴다.
또 어미로부터 새끼를 받아 키우는 과정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어린이날에 몇 만 원씩 하는 외제 장난감을 사주느니 강아지 한 마리 새 한 쌍을 선물하면 어떨까,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을 유치 할 당시 유럽 언론계에서 한국은 개를 잡아먹는 야만인이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보도가 나간 후 영국 동물보호협회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도 했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고민 끝에 그 영국협회를 서울로 초청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개를 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애완견 연구센터견학시켜 우리나라사람들의 동물보호 선진 문화 의식 보여주고 인식을 바뀌는 데 결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