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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비 Oct 12. 2021

락스물에 젖어들다

수영이 일상이 된다는 것은


쉽게 싫증 내는 나는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했다. 잠시 어느 것에 몰두하다가도 능력 부족이 들통날 것 같으면 싫증난 척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질린 척했다. 겉으로는 쿨한 척 '내가 이렇지 뭐'라고 말했으나 용기 없는 욕심쟁이일 뿐이었다.


아침 6시 수영 강습등록할 때 '나'  결석하면 평생 수영을 포기할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먹었다. '진짜 나가기 싫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제발 2주만 버텨달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내가 해내는 걸 보고 싶었다.


몸을 일으키기 전엔 피곤해막상 일어나괜찮았. 억지로 몸을 이끌고 수영장에 도착해 수영을 하 재밌었다. 나중에는 새벽잠보다 새벽수영이 좋아서 제일 먼저 도착해 입수하기도 했다.


하루하루 용쓰며 나갔던  5년이 지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회사에 도착해 노트북 전원을 누르며 시작하는 하루. 그 사이에 '수영'이라는 일상이 끼어들었을 뿐인데 평범한 하루가 행복해졌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사람들과 모여 수영을 한다. 힘들어하면서도 한 바퀴만 더 하자고 서로를 다독인다. 수영을 마치고 온몸에 가득한 열기를 찬물로 식힐 때면 청량한 기운에 뿌듯함을 느낀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들 내 삶을 긍정적이게 만들어 준다.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


아마추어 대회는 나이를 5세 단위로 나누어 그룹별 경기를 다. 수영 6개월차에 출전한 첫 대회에서  20대 그룹이었, 출전 종목인 유형, 배영 모두 3등을 했다.


3등이라고 하면 뒤늦게 발굴한 수영 천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마스터즈 대회에 나오는 사람 대부분은 사회인이 되고서야 수영을 시작한 일반인들이다. 그래서 이제 막 시작한 20대보다 수력이 오래된 30~40대의 실력이 훨씬 우수하다.


물론 어릴 때부터 시작한 20대 초고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선수이거나 강사이다. 대회에 나오는 대부분은 맹점을 이용해 메달을 따려는 왕초보들이다. 나 역시 꼼수를 이용해 3등을 이룬 초보였기에 3등을 하고도 찜찜했다. 더 이상 운이 아닌 진정한 실력을 얻고 싶었다


대부분의 운동은 나이가 어릴수록 강한 힘과 체력 덕에 유리하지만, 수영은 아니다. 수영은 '누가 누가 더 힘세냐' 보다는 '누가 누가 더 힘 안 들이고 잘 나가냐'이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수영하는 사람들이 잘한다.


수영을 잘하고 싶어서 사람들 뒤를 쫓아다니며 악착같이 수영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어이구, 힘도 좋아라'라고 했는데, 수영인에게 힘이 좋다는 것은 욕이다. '너 참 수영 못한다'라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다. 힘이 빠질 때까지 쉬지 않고 연습했다.


하루하루 꾸준히 하다 보니 수력 9개월 차에는 일일 훈련량이 주중 1.5km 주말 3km가 되었고, 수력 5년 차인 지금은 주중 3km 주말 5km 거리를 수영한다.  빼는 데 성공한 건지, 힘을 기르는 데 성공한 건지는 불분명하지만 이전보다 발전한 건 확실하다.


지금도 매일 아침 사람들에게 "IM100 해요!" 운동을 더 하자고 꼬신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수영집착하냐묻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수영이 재미있고 잘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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