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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l 23. 2023

교감, 여름방학 나기

새로운 것을 담아내기 위해 비워내기


방학이라는 단어는 영어로 vacation이다. 불어로 vacances, 라틴어로 vacatio이다. 그 뜻은 '텅 비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하는 사람이 휴가를 다녀오는 이유는 일상을 텅 비우고 더 잘하기 위함이다. 교사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텅 비울 필요가 있다. 교감도 교감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 텅 비울 필요가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급히 말을 달리다가도 가끔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자기 영혼이 미처 못 따라올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업무, 민원, 상담 등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내다 보면 정신이 쏙 빠질 때가 있다.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사안 처리 또는 민원 처리를 하다 보면 기진맥진된다. 교직원과의 관계에 있어 미묘한 갈등이 생기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가 털털 거리듯 겨우 겨우 근무하고 퇴근하곤 한다.


휴가를 통해 텅 비우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쉼 없이 달려온 삶을 돌아보기 위함이다.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서는 일단 비워내야 한다. 방학이라는 휴가는 비움의 시간이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온 삶에 약간의 느슨함을 주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교감이 방학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쉬는 것은 아니다.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이번 여름 방학에만 잡힌 것도 무려 다섯 건이나 된다. 교감자격연수 출강, 교육과정 총론 협의회, 교육부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 협의회, 특수 행동지원 연수, 강원도 교육활동 보호 학교지원단 회의. 출장이 없는 날이면 학교에 출근하여 교무실 근무도 해야 된다. 휴가라고 해 봤자 사실상 일주일 어간의 시간 정도만 허락된다. 그래도 방학이 주는 느낌 자체가 참 좋다.


방학 중 학교에 출근하면 교무실이 조용해서 좋다. 교무실이라는 공간은 교실과는 다르게 교직원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자 학교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방학 때에는 찾아오는 분들이 없어 참 좋다. 학생이 없으니 학부모 민원 전화도 없다. 교무실에는 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기 중보다는 조용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출근도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할 수 있어 좋다. 학기 중에는 조금 더 일찍 출근하기 위해 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지만 방학 중에는 여유가 있기에 바다가 보이는 국도를 따라 풍경을 감상하며 다닌다. 강원도 영동 지방에 사는 직장인들이 누리는 특권이다.


방학 중에는 평소에 집중하지 못했던 독서와 운동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신경이 분산되는 일이 적기에 집중 독서를 할 수 있다. 다음 학기를 지낼 체력을 보충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건강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헬스장을 다닌다거나 고정적인 운동 클럽에 다니는 것은 아니다. 집 근처 근린공원 계단을 오르내리며 다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 어머니 집에 찾아가 풀 뽑기, 집 안에서 책 읽을 때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열 번 팔 굽혀 펴기 등이다. 오늘처럼 날씨가 무덥고 습할 때에는 팔 굽혀 펴기를 하고 나면 몸이 끈적끈적해진다. 2학기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불편함은 참는다!


올여름 새로운 것을 담아내기 위해 나만의 비우는 일을 정리하면 이렇다.


규칙적인 운동, 집중 독서, 가족 여행. 이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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