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른 지역의 한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학교 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었고 생각보다 경력은 많지 않지만 남다른 열정과 학구열로 배움에 열심히 있는 분이셨다. 예의도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투는 늘 만날 때마다 기분 좋게 하는 능력을 타고 난 듯 싶다.
이 선생님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사적인 고민이 아니라 학교 내 교감 선생님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민의 대상이 교감이라고 하니 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이야기를 들을 때 나도 어쩜 학교 내에서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되었다.
고민의 흔적은 대충 이렇다.
학구열이 있고 맡은 업무에 대한 전문성 신장을 위해 다른 선생님들보다 평소에 출장이 잦다 보니 교감님께서 한 소리를 하셨나 보다. 건강이 염려되니 완급 조절을 하라고 하시는 말씀이 학생 관리와 학교 일에 소홀히 하는 자신을 질타하는 의미로 들렸다고 한다.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교감님에 대해 섭섭한 마음이 생기고 출장이 잡힐 때마다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학교 일을 하게 되었고 교실을 비우게 될 경우에 발생될 수 있는 일은 민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교감님은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더 강하게 출장을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자신에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결국에는 출장 건이 생기더라도 취소하거나 정 가야 할 출장은 조퇴를 내서 가게 된다고 한다. 그 학교 사정은 내가 잘 알지 못하지만 결국은 교감님에 대한 섭섭함이 그 선생님의 내면에 묻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담임 선생님이 자주 자리를 비우게 되면 학급 운영 또는 학생 관리가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자주 비우게 되는 상황이 공적인 출장이라는 점이다. 물론 공적 출장이라도 자신이 만들어서 가는 경우도 있고 이곳저곳 불려서 다니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간에 배움을 위해서, 또는 자신의 전문성 신장과 능력 발휘를 위해서 출장을 자주 가게 되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교감답다!
그 선생님은 교감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교감 왈,
"잘 다녀오세요"
"학교는 걱정하지 마시고, 연수 잘하고 오셔요"
"시간 쫓기지 말고 여유 있게 다녀오셔요. 아이들은 제가 알아서 잘 하교시킬게요"
"열심히 배우셔요. 출장이 많으면 어때요"
교감 답다라는 것은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교감을 말할 것이다.
교감 답다라는 것은 선생님의 성장을 지원해 주는 교감을 말할 것이다.
교감 답다라는 것은 선생님의 고민을 경청해 주는 교감을 말할 것이다.
교감 답다라는 것은 선생님의 판단을 존중해 주는 교감을 말할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매우~ 답다'라는 의미로 '발장'이라는 말을 쓴다.
우리가 잘 아는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도 프랑스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장'과 '매우~답다'라는 '발장'이 합쳐진 이름이다.
비참한 사람들(레 미제라블의 뜻)의 대명사인 장 발장은 누구보다도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줄 알았다. 아니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