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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여름방학 총결산

단단한 독서

by 이창수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나를 아는 지인들은 간혹 이런 질문을 던진다.



"좋겠어요. 여름방학이네요"



간단한 이 말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좋은 뜻도 담겨 있지만 대부분 시기와 질투가 섞인 불공평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판단이며 특히 학교 안에서 교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기에 하는 소리이다. 시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 교감은 학교 안에서 결재하고 지시하고 편안하게 사무실에 있는 존재가 아님을 학교 안 사람들은 다 안다. 학교 밖 사람들에게 시시콜콜 교감은 이런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며 옛날 교감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설명할 경로가 없으니 이렇게나마 글로 교감의 여름방학 나기를 좀 정리해 알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교감은 교사와 다르게 방학 중에 출근한다!



방학이 4주라고 치면 최소한 2주는 출근하며 복무한다. 학생도 없고 교사도 없는데 학교에서 뭐 하냐고 물어보면 대략 난감하다. 학교도 엄연히 공적 기관이다. 당연히 공문서가 방학 중에도 유통되며 체크해야 할 사항, 보고해야 할 사항 등이 접수된다. 방학 중에도 학생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각종 캠프 등이 이루어진다. 우리 학교만 하더라도 영어캠프(5일), 리코더 캠프(5일), 돌봄 교실(방학 기간 내내), 학습클리닉(주 3회) 등 학생이 주기적으로 학교에 온다. 교감은 교사가 없는 기간에 나름 만약에 일을 대비하여 자리를 지켜낸다.


더구나 학생이 없는 방학 기간에는 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체육관 신축, 오수 하수 상수도 설비 공사 등이 방학 내내 진행되었다.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도 교장(감)에게 있다.




둘째, 교감은 방학 중에도 출장을 다닌다!



교감자격연수 출강, 특수학생 문제행동 위기지원 관리자 연수, 교육부 주관 2022 개정 연구학교 나눔 협의회, 교육활동 보호 지원단 1차 협의회 및 역량강화연수,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과정 편성지침 총론 협의회, 교육활동 보호 지원단 화상 회의 등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여름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나름 직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다녀온다. 특히 이번 태풍 카눈이 불어오는 날 태풍을 뚫고 전라남도 여수를 다녀왔다.



셋째, 교감은 방학 중 전문성 향상을 위해 연구 활동에 전념한다!



연구 주제를 진행하고 있는 학교에서 의뢰받은 강의를 위해 며칠간 강의안을 만드느라 자료도 찾아보고 강의안도 만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2~3시간 강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2~3일 족히 걸린다.

시월에 있을 타 지역 교사들을 위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연수 강의안도 바쁜 학기 중에 준비하기보다 최대한 방학 중에 원고를 마무리한다.



넷째, 여름 방학 기간이야말로 그동안 미뤄왔던 내 삶의 기초를 다져주는 단단한 독서를 하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다. 집중 독서다!



올여름 방학 기간 동안 읽어낸 책은 13권이다. 목록은 아래와 같다.



23-094.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플라톤/오유석 옮김/마리북스

23-095. 초등 논어 수업/이도영/비비투

23-096. 문제아/존 조/오승민 그림/김선희 역/도토리숲

23-097. 불편한 편의점/김호연/나무옆의자

23-098. 타로 대화/임춘희/쥬리/하움

23-099. 진짜 가족이 되어 주세요/강미경/김수영 그림/아롬주니어

23-100. 불편한 편의점 2/김호연/나무옆의자

23-101.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나무옆의자

23-102. 정말 쉬운 에듀테크 태블릿 활용수업/원정민최지은/테크빌교육

23-103. 도서관 교회 이야기/양승언/세움 북스

23-104. 세이노의 가르침/SayNo/데이원

23-105. 교회로 가는 길/김병완/세움 북스

23-106. 작아서 아름다운/애술리 헤일스/윤종석 역/IVP



다섯째, 개인적인 생활로 2학기를 지내기 위한 체력 다지기, 집안일, 아내와 여행, 봉사 활동을 중단 없이 한다. 특히 새롭게 운동을 시작한 200 계단 쉬지 않고 뛰어오르기 10회를 최소한 주 4회를 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덕분에 몸무게가 2킬로그램 빠졌다. 마른 체형에 살이 더 빠져서 약간 걱정이 되긴 하지만 체력을 비축해 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무더운 여름 이를 악물고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 집 조그마한 밭에 난 풀을 깎아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어찌나 풀이 잘 자라는지. 제초 작업 때문이라도 일주일 두 번은 찾아갈 뵐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아참, 올해 홀수년도 출생자 건강 검진받는 해라 방학 기간을 이용해 건강 검진을 해 치웠다. 학기 중에 건강 검진받으면 하루는 학교를 비워야 하기에.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 때 건강 검진받는 게 속 편하다.



이제 2학기가 시작이다. 교감의 시간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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