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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09. 2024

피해 회복, 관계 회복, 공동체 회복

교육청에서 배포하는 책이 아닐 줄 알았다. 꼭 필요에 의해서 해마다 개정된 매뉴얼, 지침, 편람, 백서 등이 배부된다. 상당한 분량의 두께에 놀란다. 알아야 할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펼쳐보게 되지 않는다. 가끔 급할 때 빼고는. 


이번 책은 디자인부터 다르다. 시중 서점에 판매되는 책인 줄 알았다. 분량도 100여 쪽 정도로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 그래도 자신의 지갑을 열어 돈 주고 산 책이 아닌 이상 읽게 되지 않는다. 선생님 인원에 맞게 배부된지라 교감인 나에게도 돌아올 분량이 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은 모든 학교에 배부된 것이 아니란다. 회복적 생활교육 학교에만 특별하게 지급된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읽히게 될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읽기 시작했다. 프롤로그에는 '우리가 회복적 생활 교육을 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의 짧은 생각이 나와 있다. 26년 차 선생님부터 1년 차 선생님까지 회복적 생활 교육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생각들이 진솔하게 적혀 있다. 이것만 읽고 잤다. 들고 다니기가 편하니까 틈틈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회복적 생활 교육의 핵심은 '회복'이다. 생활 교육의 중심이 회복에 있어야 한다. 상처가 회복되고 아픔이 회복될 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피해가 회복될 때 관계가 회복되고 관계가 회복돼야 공동체가 회복된다. 공동체가 회복되면 마지막으로 정의가 회복된다. 


사회가 점점 사법적 체계를 의존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피해가 발생하면 법부터 들먹인다.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에 균열이 생기는 이유는 관계가 회복되지 않아서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없다. 생각이 다양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생길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갈등을 그냥 놔두면 폭력으로 심화된다. 갈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피해자를 먼저 살필 수 있고 자발적 책임의 기회를 통해 잘못을 깨닫게 되며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징계와 처벌로는 관계가 회복될 수 없다. 


일선 학교 교감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관계다. 교사와 교감의 관계, 행정실 교직원과 교감의 관계, 교육공무직 직원과 교감의 관계다. 관계가 단절되는 이유는 피해의 누적으로 인한 감정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감정이 닫히면 원만한 대화가 어렵다. 가시 돋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더 상한다. 교직원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의 주목적은 피해 입은 교직원의 입장을 듣는 것이다. 대화를 하기 전에는 모두가 피해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회복적 대화 모임은 교장(감)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회복적 학교는 교장(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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