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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준쌤 Jul 30. 2023

서서히 치유되는 것과 매일매일의 힘

번아웃이 왔을 때 읽기 좋은 책,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우울증의 신비를 받아들이는 것이 수동적인 행동이거나 포기는 아니다. 낯설어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자아의 힘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다림이며 지켜보는 것이다. 귀 기울이는 것, 고통을 겪어내는 것,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가능한 대로 자기에 대한 지식을 수집하는 과정이다. 그런 다음 그 지식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매일매일 자기 자아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버림으로써 다시금 건강한 삶으로 한 걸음씩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3월에 번아웃이 왔을 때 그때는 자기 자신에게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자책하기, 후회하기의 연속인 하루하루는 나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했고 불안함과 두려움이 가득 차게 만들었다.


흙탕물을 가만히 놔두는 것처럼, 그 상태를 계속해서 놔두었다. 그리고 일을 줄였고, 푹 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러니 흙탕물의 흙이 조금은 가라앉으며 맑게 되는 것처럼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몸을 움직일 에너지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을 의지가 살아났다. 산책을 하고 책을 읽다 보니, 이제는 입이 조금씩 근질근질해졌다. 산책과 책 읽기는 매일매일 나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임을 더욱더 알게 되었다.



"당신은 우울증을 당신을 망가뜨리려는 적의 손아귀로 보는 것 같군요. 그러지 말고 당신을 안전한 땅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친구의 손길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우울증을 친구로 생각하라는 제안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고 심지어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알고 있었다. 아래로, 땅으로 내려서는 것이 완전함의 방향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자 나는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번아웃 증상과 불안함, 두려움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다. 그것도 나를 도우려는 신호다. 이대로 가는 것이 내게 적절한 것이 아니라면, 적합한 것이 아니라면 몸과 마음은 내게 어떠한 시그널을 보낸다. 나를 안전한 땅으로 내려서게 하려는 친구의 손길로 번아웃 증상을 바라보자 나 역시도 서서히 치유되기 시작했다. 쉼의 시간은 모든 일을 다 끝내놓고서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일상 속에 함께해야 함을 더 알게 됐다. 삶이 내게 어떻게 말을 걸어오는지 잘 모르겠을 때 다시 이 책을 찾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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