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그 날.
내 하루는 항상 그와 함께인 하루였는데,
그 하루가 달라져 있다. 아직 까지도.
참 어리석게도 그 하루 하루가 다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말하고 싶은데,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할까봐 오늘도 입을 꾹 다문다.
쓰디 쓴 소주를 연거푸 들이키고, 또 다시 빈 잔을
넘치도록 채운다. 찰랑찰랑 흔들리는 소주잔을 보며 꼭 불안한 내 마음을 들켜버린 듯 한참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린다.
꼼지락 거리며, 부스럭 거리며
성난 듯한 햇빛을 같이 째려보며 눈을 뜨니
그와 함께 했던 침대에 덩그러니 혼자다.
술에 취해, 그리움에 취해, 외로움에 취해
이제 익숙할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다.
얼른 깨고 싶은 꿈 처럼.
속삭이듯 불러볼까, 그의 이름.
대답이라도 들을 수 있으려나.. 그의 목소리.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그와의 하루 하루가 또 다시 그리워진다.
그에게 가는 길.
용기를 냈지만,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더욱 무겁다. 저기 그가 보인다.
"..."
날이 저물고 있다.
"나 왔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다시 돌아온다.
보고싶었단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도 서로 나오려고 하다 결국 목구멍에 끼어 멈춰버렸다. 그래서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대신 그의 눈을 보며 눈물만이 흐른다.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흐르는 눈물만큼 시간도 제 갈길만 간다.
그는 이제 나에게 그만 가라는 듯
조용한 어둠을 데려와 말한다.
뒤돌아가는 나를 붙잡지도 않으면서
기다릴테니 또 오라는 듯 말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고 어두운 밤,
달이 반짝인다. 그리고 차가워진 그의 손을
세상에서 제일 따뜻했던 그의 손을 꼭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