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은 감자튀김과 풍차마을이다
2007. 7.25(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나라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여행자수표를 현금화하기 위해 찾아간 환전소에서 7%라는 약탈적인 수수료율에 경악했다. 상한 마음을 갓 구워내 고소한 네덜란드 감자튀김으로 달래야 했다.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거대한 감자튀김은 크기만큼 맛이 또한 신비다. 풍차마을로 가는 길에 네덜란드 사회의 풍요와 번영을 목격했다. 이 나라가 잘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2:30분경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했다. 먼저 풍차마을을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부피가 큰 여행가방을 역내 수화물보관소에 맡겨두었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다.
거의 다 떨어져 가는 현금을 채우기 위해 은행이나 환전소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행히 역 앞에 환전소(TravelEx)가 있었다. 그런데 50유로 여행자 수표를 환전하는데 수수료로 3.63유로란다. 7%가 넘는다. 강도가 따로 없다. 이전에 영국 은행에서 환전했을 때 0.5파운드(약 900원)를 냈으니, 4배가 넘는다. 이때 암스테르담에서 받은 충격으로 여행자수표와는 결별을 고했다. 체크카드와 비교해 수수료가 지나치게 과도하다. 게다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 비교하여 과연 안전한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었다.
지도를 얻을 요량으로 역 앞 여행자안내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또 한 번 충격이 날아왔다. 무료가 아니다. 무려 2유로를 갈취한다. 2유로나 받아야 한다니 네덜란드 국가 재정이 팍팍한가 보다 하고 통 크게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 한구석에 기분이 매우 불쾌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풍차마을도 식후경. 발길이 이끄는 대로 역앞에 있는 FEBO라는 간식전문점에 들어가보았다. 과연 이곳은 아파트 우편함인가 식당인가? 아파트 우편함 한 칸 한 칸에 편지 대신 조리한 음식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딱이다. 값을 지불하고 메뉴를 선택한다. 닭강정, 감자튀김과 탄산수를 구입했다. 먼저 거대한 크기에 놀랬다. 우리나라 감자에 비해 4-5배는 더 길고 굵었다. 갓 구워낸 구수한 감자튀김을 마요네즈에 찍어 먹자니 얼어붙었던 마음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감자튀김이 몸속에 도파민(dorpamin) 행복 호르몬 수치를 올리면서, 환전소에서 강도당해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길 위에서 방향을 묻는 자, 그대 이름은 배낭여행자
풍차마을이 있는 잔세스칸스(Zaanse Schans)로 가기 위해 13:55분 발 열차에 몸을 실었다. 10분이면 도착한다는 잔디크(Koog Zaandijk) 역이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질 않는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뒤늦게야 감지하고, 열차 내 현지인 승객에게 물었다. 이미 지나쳐 왔고 그 역에서는 서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열차를 잘못 탔다는 얘기다. 내가 탄 기차는 알크마르(Alkmar)행 도시 간 열차(Intercity)였다. 결국 다음 역에서 하차한 다음, 반대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했다. 잔담(Zaandam) 역까지 돌아가서 거기서 단거리 운행열차(Sprinter)를 타고 한 정류장을 다시 내려오니 잔디크 역이었다.
배낭여행할 때는 특히나 혼자서 여행할 때는 항상 길을 물어야 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중삼중으로 확인해야 한다. 더구나 언어권이 다른 해외에 나가서는 더욱 그렇다. 설령 길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좀체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차분하게 대처하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이다. 이곳 네덜란드에는 거미줄같이 촘촘한 철도망을 구축해 놓았고 열차도 자주 다닌다. 물어보고 귀를 기울이면 가야 할 길이 보인다. 대개 배낭을 짊어진 외국 여행자에게 사람들은 친절을 베풀어 준다.
다소의 혼선과 우여곡적을 겪긴 했어도 잔디크역에 마침내 도달했다. 역에서 잔세스칸스까지는 1.5km로 도보로 20분 거리다. 걷기는 배낭여행자의 본능이자 특권이다. 잔세스칸스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며 걷다 보니 뒤에서 ‘찌릉찌릉’ 급하게 울리는 벨소리가 들린다. 얼른 피해주니 자전거 한 대가 급하게 달려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그때서야 생각났다. 네덜란드에서 자전거길 진입 금지. 네덜란드에서는 빨간색을 주의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역 앞의 홍등가와 자전거 도로가 빨간색이다.
시내 구간을 거쳐 지나고 이내 강줄기가 보이고 다리가 나타났다. 멀리 강 건너편에 풍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일단 물이 많다는 느낌이다. 강물 높이와 거의 같은 높이로 지은 1-2층 짜리 집이 인상적이다. 지붕을 고동색이나 빨간색, 또는 초록색으로 칠해놓은 게 독특하다. 강변에는 현대식 건물과 생산시설도 자리 잡고 있다. 보트를 정박해 놓은 집도 보인다. 타국에서 온 여행자에게는 그저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암스테르담 여행기 2편에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1. 사진 출처 : "Battle for the best frites in amsterdam - confused julia"에서 따왔습니다.
https://www.confusedjulia.com/2014/10/battle-best-frites-in-amsterdam.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