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 금 흐리다 개임
Lugo-Ferreira 27k
6:40 출발 1:00 도착.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어제 하루 쉬어서 그런지 걷는 동안 발이 아파서 꽤 힘들었다.
걷다가 좀 쉴 곳을 찾는데 영 안 나온다.
정말로 너무 힘들면 주저앉을 텐데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흙바닥에 털썩 앉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렇게 앉아서는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가 없다.
다행히 폐쇄된 알베르게가 나왔다.
입구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는데 더러웠지만 대충 털어내고 앉고 보니 근처에 샘물이 있다.
갖고 다니던 납작 복숭아와 체리를 씻어 먹었다.
몇몇의 순례자들이 지나쳤으나 모르는 이들이어서 손을 한번 흔들어 주어 보냈다.
오늘 목적지 Ferreira는 아주 작은 마을인데 도착 후 세 개의 알베르게가 연이어 나온다.
아침에 출발해서 몇 번 마주친 요아킴과 첫 번째 알베르게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다.
그 약속 때문이 아니라도 너무 힘들어서 첫 번째 알베르게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요아킴도 따라 들어왔는데 이 노친네도 역시 오늘 힘들었던 모양이다.
알베르게는 두세 개의 방이 있었고 각 방에는 3개 혹은 4개의 침대가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온 나는 창가 방을 택하고 방에는 1인용 침대 1개와 2층 침대가 하나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1인용 침대에 짐을 풀었다.
요아킴도 내가 택한 방으로 들어왔는데 그가 남은 2층 침대의 아래칸에 자리를 정하는 걸 보니 보고 있자니 심기가 불편했다.
노인네에게 1인용 침대를 양보했다. 손사래를 치다가 웃으며 자리를 옮긴다.
샤워, 빨래 후 요아킴과 알베르게 마당에 앉아 맥주 한잔 했다. 꿀맛!
방이 밖보다 춥다. 햇볕 좋은 밖에서 해바라기를 좀 하다가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저녁을 좀 일찍 먹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는 작은 마을이라 모든 걸 알베르게에서 해결해야 했는데 의외로 메누가 좋았다.
영어가 전혀 안 되는 스페인 아저씨의 뭉툭한 손끝에서 맛난 음식이 만들어졌다.
콩과 시래기 같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순댓국 돼지 수프를 맛나게 먹고 이어 나온 돼지 스테이크와 푸딩 디저트를 먹었다. 주인장이 내준 와인이 맛있어서 요아킴과 와인을 각 일병씩이나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