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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독일식 라이스 요리

6.11 화 흐리고 비

by 이프로

A Fonsagrada-O Cadavo 24km


알베르게 침대라는 것이 사설이건 공립이건 험하게 사용되고 쾌적함보다는 내구성에 우선을 두기 마련이라 기상 후에 개운한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다.

숙박비로 몇 푼 주고 오스딸의 매트리스가 좋아서인지 잠을 잘 잤다.


우리가 잔 오스딸은 이층이었는데 일층은 숙박비가 저렴한 알베르게와 주방 등의 시설이 있었는데 이곳에 묵었던 리아를 비롯한 젊은이들이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해줘서 기분 좋게 얻어먹었다.

이 친구들은 어제저녁에도 다 함께 시장을 봐다가 맛나고 푸짐한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여러 나라 청년들이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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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오고 날이 흐려서 산길 까미노를 버리고 자동차 도로가를 걸으려다가 얼마 남지 않은 까미노가 아까워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다시 축축하지만 숲향 가득한 숲 속 길을 맞으며 걸었다.

계속 비가 오다말다해서 피곤했다.

우비를 꺼내 입으면 비가 그치고 다시 벗어 넣으면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골탕 먹는 기분이었는데 모두들 같은 경험을 해서 누군가가 우비를 벗으려고 하면 모두들 소리쳐서 그냥 계속 입고 가라고 농담을 했다.


어찌어찌 알베르게에 도착을 했는데 알베르게는 내가 요아킴을 대신해서 이름으로 두 자리를 미리 예약을 놨었다.

빈자리가 많아서 요아킴과 나는 각자 일층 베드에 침낭을 풀어놓으려는데 호스피탈레라가 오더니 일행은 같은 침대를 사용해야 한다며 한 사람은 이층 침대로 가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잃어버린 샴푸 때문에 마음이 언짢았는데 고지식한 호스피탈레라는 할 말만 하고는 사라져 버렸다.

할 수 없이 이층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요아킴이 미안했는지 매트리스 커버도 끼워주고 맥주도 사줬다.

요아킴이 어쩐 일로 저녁을 해 먹자고 해서 같이 시장을 봐다가 프렌치 아줌마 리타와 루마니아 아저씨 보그단을 불러 같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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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킴이 주방장이고 나는 보조, 리타는 추가로 필요한 물건을 시장에 가서 사 왔고 보그단은 식사 후 설거지를 했다.

요아킴은 뜻밖에도 저녁 메뉴로 밥을 했는데 쌀을 사다가 큰 프라이팬에 버터를 거의 한 덩어리 가까이 녹이고 와인을 충분히 넣은 냄비에 쌀을 넣고 당근과 양파, 버섯 등을 넣고 익을 때까지 저어서 만든 독일식 라이스 요리였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식재료이고 버터 향이 알베르게 전체에 퍼져 투숙객 모두를 유혹했다.


팔을 걷어 부친 요아킴은 막상 요리 경험이 많지는 않았는지 만들고 나니 양이 너무 많아서 반도 먹지 못했다.

온 주방과 알베르게 전체를 버터와 양파, 버섯 익는 냄새로 고문을 한터라 배고픈 순례자들이 몰려와 나머지 음식들을 먹어주었다.


밥 먹고 나서도 한참 동안 넷이서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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