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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갈리시아!

6.10 월 흐림

by 이프로

Salime-A Fonsagrada 25km


5:30 기상.

오래간만에 잘 잤다. 모처럼의 공립 알베르게여서 이층 침대가 빽빽하게 들어선 침실이었는데 다행히도 크게 코를 고는 사람도 없었고 새벽에 일어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는 사람도 없었다.

어제저녁을 먹었던 식당 옆에 있는 카페에서 독일 노친네들과 만나서 함께 조식을 먹었다.

출발 내가 대표로 마을 언덕에 있는 공장에 들러서 오늘 점심으로 먹을 바게트 빵을 사 왔다.

독일 노친네들은 비교적 젊은 내가 궂은일이나 성가신 일들을 대신 처리해 주는 걸 내심 좋아하는 눈치다.

어느 그룹에서건 막내가 심부름을 하는 것은 한국의 미풍양속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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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출발해서 오후 3:30 도착했다.

오늘 여정 중에 아스투리아 주에서 갈리시아 주로 넘어가는 경계를 지나갔다.

이제 스페인의 가장 동쪽 지역에서 출발하여 가장 서쪽 지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큰 고개를 하나 넘어야 했지만 이제 그 정도는 피스 오브 케이크이다.

점심 무렵 근사한 레스토랑이 나왔길래 요아킴과 오스트리아 처녀 리아, 셋이서 거한 데일리 메누를 시켜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리아는 작곡을 전공하고 현재는 클래식 음반 레이블 배급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음반도 출시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 음반이 대박이 나서 자신은 이후 한국 뮤지션들을 새롭게 보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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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하루치 앞서 걷고 있는 요르그가 자신이 묵었던 숙소가 꽤 좋았다고 연락을 해와서 우리도 거기서 묵을 테니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가 대신 예약한 오스딸에 독일 노친네 둘과 오늘 밤을 보내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푹신한 침대와 하얀 타월을 사용하니 기분이 좋다.


이제 산티아고까지는 불과 155km 남았다.

갈리시아에 입성한 기념으로 노친네들 셋과 뿔뽀를 먹으러 갔다.

갈리시아는 바닷가로 둘러싸이고 어항이 많아서 해산물 요리가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삶은 문어를 올리브유와 익힌 감자와 함께 먹는 뿔뽀 요리가 맛나다.

프랑스 길을 걸으며 처음 맛본 뿔뽀 요리가 한국에서 너무 먹고 싶어서 뿔뽀 요리에 필수인 파프리카 가루를 인터넷으로 구하여 직접 요리도 해보았는데 한국의 마트에서는 생문어가 아니라 데친 문어만 팔고 있어서 이미 삶아진 문어를 다시 요리하니 질겨져서 맛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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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노친네 하나가 오늘이 마지막 트레킹이고 내일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와인을 샀다.

기대했던 뿔뽀 요리는 별로였다.

뿔뽀는 역시 멜리데에서 먹었어야 했다.

유명한 집이라는데 문어가 연하지 않고 맛이 이상했다.

함께 주문한 뿔뽀한 한 접시에 담아져 나왔는데 김 선생님이 혼자 너무 많이 드셔서 다른 독일 노친네들 보기가 좀 민망했다.


독일 노친네와 한국 노친네가 한 식탁에서 식사를 하니 독일 노친네들은 자기네들끼리 독일어로 얘기하고 김 선생님과 나는 한국어로 대화를 해서 같이 식사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이들끼리 합석한 느낌이었다.


식사 후 오스딸에 들어왔다가 김 선생님과 다시 인근 바르에 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돌아와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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