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토 개임
Samblismo-Berducedo 24km
8:00 출발 2:00 도착.
프리미티보 길의 최고 고도와 고난도의 구간이었는데 힘들다기보다는 걷고 오르는 재미가 있었다.
경치도 아주 훌륭했다.
걷는 구간 내에 '호스피탈 루트'라는 이름이 사용되게 된 수백 년 전 사용했던 순례자들을 치료했던 돌집들의 유적이 여러 곳 있었다.
고지대이고 바람이 많은 곳이라 넓적한 돌로 지은 집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치료라기보다는 그냥 바람 피하고 좀 안아서 쉬었다 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공간들이었다.
유적지 근처 언덕에서 풍광이 좋길래 우비를 펼쳐 돗자리처럼 깔고 갖고 다니던 과일과 초리소, 먹다 남은 바게트를 꺼내어 간식 겸 점심을 먹는데 아쉽게도 바게트가 좀 모자랐다.
지나치던 헝가리 청년이 시크하게 자신의 배낭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바게트를 뚝 분질러 반을 주고 간다.
거의 매일 한 끼 정도는 시장을 봐 온 음식들로 때우게 되는데 북쪽 길의 특성상 카페나 바르가 흔치 않은 이유도 있고 또 다른 이유는 유럽의 바게트가 너무 맛나고 과일과 치즈가 훌륭하기 때문이다.
치즈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기업 제품을 사기보다는 맷돌처럼 생긴 재래식 치즈를 잘라 파는 것을 조각으로 잘라 사서 먹으면 더 맛있다.
북쪽 길은 '생선 절임'이 유명한데 멸치(앤초비)나 정어리(마커럴)를 식초와 소금 등으로 절인 것을 파는 식당이 많다.
바게트 빵에 이런 생선을 올리고 그 위에 치즈와 올리브, 토마토, 체리 등을 곁들여 먹으면 너무 맛난 한 끼가 된다.
이런 식사를 할 때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꼭 필요한데 바게트를 자르고 치즈, 토마토도 자르고 와인 코르크를 딸 때도 필요하다.
스위스 아미 출신인 요르그에게 스위스 군대에 가면 진짜로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주는지 물어봤는데 정말로 준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기능이 있는 두터운 스위스 나이프는 아니고 기본형이라고 한다.
언덕 꼭대기에는 또 알베르게의 원형이라고 할만한 순례자들이 묵고 가곤 했다는 순례자 숙소 건물 유적도 남아있었는데 수백 년 전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순례자들이 그날의 순례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뉘었다는 남루한 공간을 직접 보고 나니 내가 불편해하는 요즘의 알베르게가 과분하게 여겨진다.
요아킴과 요르그와 계속 동행한다.
오늘의 목적지 베르두세도 도착 후 아내와 통화를 했는데 중간에 끊겼다.
오늘부로 이룬에서 구입한 한 달짜리 유심 데이터 사용이 중지됐다.
시골이라 보다폰 업소가 주위에 없어서 며칠 동안은 전화기 사용이 어려울 듯하다.
요아킴이 또 맥주를 사길래 나도 과일과 생선, 치즈를 꺼냈다.
샤워 후 빨래하고 다시 모여 요르그가 갖고 다니던 와인을 마시면서 5시에 이른 저녁을 시작했다.
메누를 먹으면서 와인이 여러 병 비워졌고 노친네들이 떠난 후 요르그와 시리아 이발사 청년과 함께 12시까지 맥주를 마셨다.
알베르게 아줌마가 친절하게 대해주고 앙헬레스라는 예쁜 딸도 귀여워서 20유로를 용돈으로 줬다.
며칠 만에 잠을 푹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