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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금슬금 다가오는 중국과의 조우

by 이프로


2016년 늦 봄 무렵이었다.

휴일이어서 모처럼 산에서 홀로 백패킹을 즐기러 떠난 날이었다.

산으로 가지 않고 이날은 용인자연휴양림의 캠핑장으로 갔는데 일찍 텐트를 쳐놓고 오래동안의 미세먼지에서 해방되어 맑은 공기 마시며 좀 빈둥거리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쉼 모드에 진입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번호... 학교 번호... 받아야만 하는 번호...

대외협력처였는데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의 운남대 영화과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데 우리 학과에서 누가 좀 가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당시 아마 내가 학과장이었던 것 같은데, 대뜸 거절할 수 있는 일은 아니어서 시간을 좀 달라고 했더니 오늘 안으로 답을 달라는 폼이 '당장 대답해, 간다고'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일단 전화를 끊고, 새소리 울리는 청아한 숲 속에서 나는 한동안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안 간다고 할 명분이 없었다.

주말 껴서 목금토일, 3박 4일로 가기로 했고 혼자 가기가 싫어서 같은 과 동료인 오교수를 꼬셨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의 5년 만의 중국 출장이 결정되었고, 초청받는 형식이어서 별 스트레스 없이 듣도 보도 못한 중국의 서남쪽 변방 윈난 성의 쿤밍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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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205.jpg?type=w1 운남대 연기 전공 교수의 공연 실습 지도 모습

출발하기 전 윈난 성과 성도인 쿤밍시, 그리고 운남예술대학교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다.


"차마고도"로 유명한 보이차 생산지이고 도시 해발 고도가 2,000미터 가까운 고지대이며 한국인들은 별로 살지 않는 지역이었다. 타 지역에 비해서 한족도 별로 없고 24개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아직도 산악 지형 속에서 개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살기도 하는 다소 낙후된 곳으로 대기업이나 IT나 콘텐츠 등 첨단산업체는 아예 없고 기름이나 광물 등 돈이 될만한 것도 나지 않는 가난한 성이었다.


한밤중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우리 이름을 들고 선 이가 있었다.

영화과 강사인데 운남대는 쿤밍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도심 외곽에 있다고 우리가 묵을 호텔을 학교 앞에 예약해 두었다고 했다.


피곤했지만 체크인한 후 오교수와 한잔하고 잤는데 고도가 높아서 인지 술이 별로 먹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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