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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성 쿤밍 운남예술대학교 영화학과 교수진과 회의

by 이프로

운남예술대는 쿤밍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지역은 <대학성>이라고 하고 지하철 역도 두 개나 있는 캠퍼스 타운이었다. 이곳에는 운남대학교를 비롯해서 윈난 성의 모든 대학이 집결해 있었는데 뿔뿔이 흩어져있던 대학들을 정부에서 한 곳으로 모은 것으로 아직 운남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이 쿤밍 시내에 있지만 조만간 이곳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했다.


운남예술대 영화학과는 사실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 이곳에 와보니 방송학과, 촬영학과, 연기학과, 녹음학과 등 우리가 <영화>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놓은 것을 각 세부 전공별로 독립된 학과로 운영 중이고 학생 정원도 엄청 큰 규모였다. 예술 단과대이다 보니 무용, 음악 등의 학과도 있고 미술대가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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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194.jpg?type=w1 회의가 열렸던 영화학과 회의실

오교수와 나는 이들 교수들과 앞으로 자매 학교끼리 도울 수 있는 방법들과 학술교류 등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회의로 두어 시간쯤을 보냈고 학교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운남대 학생들의 졸업작품 몇 편을 감상하고 내가 가져간 우리 학생들의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학생들이 내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우리 학생들의 영화 제작 분위기와 상황 등에 많이 궁금해했고 또 한국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이들은 박찬욱과 봉준호가 어떻게 그렇게 정부와 국가에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영화를 거리낌 없이 만들 수 있는지 의아해했고 정부가 그런 영화 제작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감탄했다.


이창동을 비롯한 몇몇 작가주의 감독들에 대한 정보나 이해도도 상당했고 최근의 한국영화까지 보고 있었는데, 질의응답 끝무렵에 들어서자 몇몇 학생은 여지없이 방탄소년단이나 아이돌 그룹들의 근황도 상세히 묻는 바람에 실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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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198.jpg?type=w1 영화학과 건물


오교수와 나는 운남대 예술대 교수진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해 갔는데 우리가 준비해 간 한국 화장품과 이런저런 선물들을 주고 모두들 쿤밍 시내로 이동해서 이들이 예약해 둔 식당으로 가서 만찬을 했다.


ㅅ학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는 내후년쯤 연구년이 돌아오는데 운남대에서 나를 초청하는 게 가능한지 물었더니 1초도 안 기다리고 즉시 가능하다는 대답을 했다.

ㅅ학장은 학교 행정에도 깊이 관여하는 입김 센 교수여서 그가 오케이라고 하면 별 절차 없이 진행된다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호주 브리즈번 대학교와 미국 조지아 주립대, 뉴욕주의 이타카 대학을 두고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궁리 중이었는데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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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295.jpg?type=w1 쿤밍 도심의 호수공원

다음날은 일요일이자 아무런 일정이 없는 날이어서 우리는 그동안 통역을 해주던 조선족 이선생의 도움을 받아서 쿤밍 구경을 했다.

쿤밍은 내가 알던 중국과 사뭇 달랐다.

일단 깨끗했다.

해발 2,000미터 고도의 도시여서 그런지 공기가 맑았고 거리도 청결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순박하고 정겨웠다.

잘 웃고 친절하고 80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인데도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다.


도심은 40층이 넘는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빽빽했지만 대로변 뒤로 한 블록만 들어가면 한국의 6, 70년대 모습이 그대로였고 무엇보다도 물가가 저렴했다.


쿤밍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나는 묘한 이끌림을 받아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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