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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류비자,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일

by 이프로

중국 학교의 대외협력 부서 직원과 운남대 예술대학장에게도 따로 몇 번을 확인한 답이 모든 게 완벽하게 구비되었으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더니... 이 사람들은 전혀 미안하거나 유감이라는 기색도 없이 제출된 서류가 시일이 오래되어 다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을 아무런 감정 없이, 심지어 웃어가면서 내게 전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계속 겪어보니 이 사람들은 원래 이런 스타일인 듯싶다.

A라고 했다가 정부나 관에서 B라고 하면 , 아 B구나 하고 바로 입장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 식이라면 왜 B인 일이 A라고 잘못 전달되었는지 알아보고, 이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추가 피해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고 했을 텐데 이들은 느긋했다.


당연하지, 그들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니까...


나는 모든 서류를 다시 발급받아 번역 공증을 해서 재차 보내야만 했다.

그거야 사실 이런저런 수수료를 재차 지불하고 하루 이틀 시간을 내면 될 일이라 큰 문제라고는 할 수 없었는데 정말 이해가 안 갔던 요구는 내 대학과 대학원의 공증은 반드시 미국에서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한국에서 받아서 보내는데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이었다.


왜 이전에는 아무 소리가 없다가 이제야 이렇게 요구하냐고 물으니 내가 나온 대학은 당연히 한국의 대학일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헐....

내가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서 현지 중국 대사관이 인정한 곳의 공증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왜 미국 가서 공부하고 왔는지를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와... 결국 졸업증명 공증받으러 미국을 갔다 와야 한다는 소리였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과 뭔가 일을 할 때 웬만하면 <조정>이나 <협상>은 없다.

그들이 A라고 하면 A 인 것이다.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을 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나는 정말로 캘리포니아를 다녀와야만 나와 내 가족의 중국행 비자를 받을 수가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다행히 나에게는 미국에 살고 있는 형이 있었다.

하지만 형들은 조지아주와 워싱턴주에 살고 있고 내가 나온 대학은 캘리포니아였다.

이때부터 내 형은 중국 대사관과 인근 공증사무실을 수소문해서 결국 내가 갖고 있는 졸업증명서 원본을 팩스로 보내면 그것으로 공증을 해주겠다는 업소를 찾았다.


아내와 나는 이 즈음에 일주일간 여행 비자를 신청하고 우리가 일 년간 살 아파트와 아이들 학교를 방문할 목적으로 쿤밍을 방문했다. 네 식구가 여행 보따리를 들고 내려 당장 머무를 곳도 없이 호텔을 떠돌며 아파트를 구하는 건 너무 큰 모험이라고 생각되어 아이들 학교도 알아보고 운남대 교수들과 미리 인사도 할 겸 먼저 다녀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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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1853.jpg?type=w1 우리가 알아본 도심 북쪽의 주상복합 아파트. 인근에 한인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쿤밍에 도착해서 그동안 이메일로 연락하던 여직원을 만나서 예정대로 정한 날짜에 출국할 수 있도록 비자가 나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얘기를 나눴으나 답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기다려보자'가 그녀가 가장 자주 하던 말이었다.

이제 출국 예정일이 채 보름이 안 남았는데 기다려보자는 그녀의 말처럼 나도 별달리 해 볼 방법이 없었다.


아이들 학교를 방문해 보니 소규모 한국 학교였는데 학생들은 대부분 파송 나온 선교사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아파트를 구하자고 몇 집을 둘러봤으나 결정적으로 언제 이사 올 수 있을지를 모르니 마음에 드는 집이 보여도 결정을 하기가 어려웠다.


운남대 교수들과 다시 만나 그간의 사정과 내 비자 진행 건에 대해 말했지만 그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내와 나는 그렇게 일주일 간의 출장을 별 소득 없이 마치고 돌아왔다.


우리는 이 과정이 너무 길어지고 언제 또 중국에서 희한한 요구와 변경 사항을 요청할지 알 수가 없어서 출국 예정일을 지킬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미리 구입해 둔 4명의 환불불가 조건의 편도 항공권도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공증 서류에는 원본 서류가 첨부되게 되어있는데, 엄격히 말하면 미국에서 보내온 공증 서류는 팩스본을 첨부했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되지만 아내가 열심히 기도를 해서인지 서류 통과가 되었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미국에서 날아온 DHL 특급 배송 서류를 다시 한번 특급 배송으로 중국 대학에 보냈다.


우리는 아예 마음을 내려놓고 다가오는 이미 시작된 여름 방학에 한동안 떠나 있을 한국에서 잘 쉬다 가자며 휴양림을 예약하고 여행 준비를 했다.

우리가 구입해 둔 항공권의 출발일 3일 전, 그러니까 우리의 출발 예정일을 3일 남겨두고 미국에서 공증을 받아 특급으로 보낸 내 대학 서류를 받아 본 여직원이 소식을 전해왔다.


서류가 통과되었으니 비자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헐...


그동안 우리 서류의 번역과 공증을 일임했던 중국 여행사에 얘기해 보니 우리 여권을 택배로 보내주면 수속을 해서 출국 당일 공항으로 가져다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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