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페이스는 금방 된다며?

전 아닌데요

by 채널김

"페이스가 6분이 넘어가면 러너가 아니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그냥 커뮤니티를 구경하다가 본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한 문장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6분 페이스가 넘어가면 러너가 아니다.”

이런… ‘국민페이스’라는 게 있는 줄은 몰랐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페이스, 즉 어디 가서 “나 러닝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6분이라니.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댓글들을 읽다 보니 다들 진지하다. 6분이 되면 이제 ‘조깅’이 아니라 ‘러닝’의 세계로 들어선다고, 그게 러너들 사이의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거라고.

나는 순간 조금 머쓱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10K 평균 페이스는 6분 30초다. 그나마도 컨디션이 좋은 날의 기록이다. 날씨가 덥거나, 잠을 잘 못 잔 날엔 7분대가 뜰 때도 있다. 그러니까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러너가 아니라 ‘조깅족’쯤 되는 셈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도, 계속 뛰고 있는 이유도 ‘국민페이스’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처음엔 그냥 건강 좀 챙겨보려고, 하루에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비워내보려고 시작했다. 뛰다 보면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좋아서 계속 이어온 거였다.

그런데도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6분 페이스면 러너라니… 그럼 난 아직 문 앞에도 못 선 건가?’
마음 한켠에서 괜히 경쟁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시계를 보며 속도를 조절해볼까 싶다가도, 곧 “내가 왜 이러지” 하며 웃음이 났다. 달리기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결국 나와의 싸움이라고 그렇게 배워왔는데 말이다.





관심이 없었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을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뛰는 것’에 꽤 재미를 붙인 상태였다.
처음엔 겨우 3km만 뛰어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헐떡거리던 내가, 이제는 뛰기 시작하면 거의 10km는 기본으로 달린다. 거리를 늘려갈 때마다, 예전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기분이 들어서 스스로를 칭찬하곤 했다. “이 정도면 꽤 잘하고 있는 거 아냐?” 하면서.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툭 던져놓은 그 한마디 때문에 마음에 걸렸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뛰는 중에 시계를 볼 때마다 그 문장이 불쑥 떠오르고, 내가 6분 20초쯤에 들어설 때면 괜히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의 기준인데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게 ‘자극’이라는 거겠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내 안에서 작게 불씨처럼 남아, 다시 달려보게 만드는 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욕심이라기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벗어날수가 없엉


10K를 뛸 때 내 목표는 단 하나다.
‘1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
그 말을 조금 다르게 하면, 결국 나는 ‘6분 페이스’를 깨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대회에서도 욕심 냈지만 결국 해내지 못했다.

요즘 나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러닝 연습 방법’, ‘속도 올리기’ 같은 단어를 검색창에 쳐보는 일이다.
검색해보면 정말 다양한 조언들이 쏟아진다.

“천천히 오래 달리다 보면 된다.”
“인터벌 훈련을 자주 해라.”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빨라진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화면을 스크롤하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어떤 글은 ‘그게 말처럼 쉽나’ 싶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제 겨우 러닝 4개월 차다.
그런데 마음은 벌써 마라토너라도 된 것처럼 앞서가고 있다. 욕심이 그득하다.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잘 뛰고 싶다.

물론 적당한 목표는 나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집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속도가 느릴 때마다 괜히 자책하게 되고, 달리고도 성취감보다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그런 내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누군가는 금방 6분대를 돌파했다는 글,
누군가는 3개월 만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글.

그런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과 비교하고 있었다.
‘나는 왜 아직 이 정도일까?’
‘나도 더 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비교하려고가 아니었다. 마냥 즐겁게 뛰던 시절이 있었는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인가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 다르다.
타고난 체력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다.
그런데 나는 어느새 그 모든 차이를 무시한 채, 정해진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하고 있었다.

잘 뛴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못 뛴다고 해서 누가 비난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도 나는 괜히 조급했고, 숫자에 집착했다.

사실 달리기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더 좋아하기 위한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즐기려고 시작한 운동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은 내가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굳이 누군가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처럼 천천히, 내 속도로 가면 된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아지고,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그 ‘국민페이스’에도 닿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게 아니라 해도 괜찮다. 어쨌든 나는 계속 뛰고 있고 앞으로도 .


요즘 최고로 뛰기 좋은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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