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질투가 좋다
나는 내 실망은 견딜 수 있어도 남의 희망은 참을 수 없다. - W. 윌시
시기질투는 누구나 한다.
연인이나 친구사이에서도, 혹은 자신과 가깝지 않은 사이나 유명인에게도 질투한다. 그러니까, 남 잘되는 꼴은 못 본다.
질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거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느끼는 불안감, 낮은 자존감,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생긴다. 특히 소중한 사람의 관심이나 애정을 빼앗겼다고 느낄 때, 또는 타인이 가진 능력을 부러워할 때 발생한다.
적당한 질투는 관계 유지에도 좋다. 상대방을 질투하면서 나 자신이 성장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적당한 질투라는 게 가장 어렵다. 나 또한 심한 질투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많았다. 반대로 나에게 심한 질투를 보인 사람들도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나에겐 타인의 질투를 유발할만한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니 마냥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누군가 나의 일을 가로막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딱히 실수도 없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괜찮았다. 나 역시도 일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수월했다.
대리를 직급을 달자마자 같이 일하던 사수가 나에게 그랬다. 그는 과장이었다. 나보다 경력도 오래되고 직급만 보면 그 사람이 나에게 잘 가르쳐 줘야 할 입장이었다.
내 눈에 그 사람은 좀 답답했다. 일도 느리고 효율적이지 않아 보였다. 내가 이런 걸 좀 못 참는 편이었나 보다.
"과장님, 이 부분 조금만 수정해도 될까요? 그러면 나중에 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 그래요? 그러네요. 그럼 수정 부탁해요."
그는 흔쾌히 동의해 줬고 사람들과 공유했더니 반응이 꽤 괜찮았다. 과장 역시 잘했다며 나를 칭찬해 줬다.
이후에도 종종 수정하는 일이 잦아졌고 다른 팀에서도 과장보다는 나를 더 찾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내가 그럴수록 과장의 얼굴에 그늘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과장은 나에게 일을 주지 않았다.
"과장님 제가 할 일 없을까요?"
"아뇨, 괜찮아요. 얼마 없어서 제가 하면 돼요"
무뚝뚝한 답변만 돌아왔다. 그는 혼자 일하고 있었다. 일이 많지 않다고는 했지만 그는 바빠 보였다. 나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게 싫었던 것이다. 본인이 더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일을 잘하는 후배를 칭찬보다는 경쟁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해는 한다. 일에 욕심이 많다면 그럴 수 있다. 그는 질투심에 휩싸여 나를 배척하려고만 했다. 나를 본인의 수족으로 잘 이용해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질투를 유발한 사람은 나였던 걸까.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한다.
약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늘 운동한다.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더 운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은 잘 찌지 않고 늘 슬림한 몸매를 유지 중이다. 그렇다고 연예인들처럼 몸매가 좋다는 게 아니다. 건강한 몸이고 사이즈를 상관 안 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정도다.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든 남의 외모든 지적하고 평가하기를 좋아한다. 머리가 엉망이거나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기 싫어하고, 혹여 그런 차림새로 나온다면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다고도 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의 외모 평가에도 열일이다. 아니, 본인보다 남을 더 평가하는 것 같다. 누가 뭘 입는지 어떤 머리 모양인지 하루 종일 보는 게 피곤하진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 차장은 나보다 나이가 7살이 많았다. 그의 눈에 나는 한참 젊고 생기 넘치는 나이다.(그리 젊지는 않다) 그는 나를 처음 보자마자 눈여겨보는 눈치였다. 살갑게 다가와서는 이런저런 말을 붙이곤 했다. 그는 젊어 보이게 꾸미는 것을 좋아했고, 나름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고 나에게 자랑처럼 얘기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는 점점 내 영역에 관심이 많아진 듯했다. 나의 옷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조금 불편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어느 날은 조금 타이트한 옷을 입고 출근했다. 그는 날 보자마자 이렇게 얘기했다.
"헤엑? 그렇게 입으면 윗선에서 뭐라고 말 나와~"
여기 조선시대인가? 난 순간 내가 뭔가 잘못한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 문제없다고만 했다. 노출이 심한 옷도 아니고 평소에 입던 옷과 느낌이 달라 오히려 다들 멋지다고 칭찬해 줬다.
그 뒤로도 가끔 내 모습에 관심이 많은 듯했지만 그냥 신경 쓰지 않고 내 마음에 드는 옷을 마음껏 입었다. 물론 보기에 불편하다 싶은 옷은 아니다. 회사 가는 옷차림이지만 조금 꾸몄다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아마 그는 나의 젊음과 몸매에 부러움과 질투를 보인 것 같다. 본인의 젊었던 날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자신이 입지 못하는 옷을 입는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의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못났다고 느껴졌다. 나도 훗날 저런 마음을 가지게 될까 조바심이 났다.
지금은 누가 질투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좋게 생각하려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을 갖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질투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