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새벽을 깨운 절 수행

선명상, 국경과 종교를 넘어

by 현안 XianAn 스님

10여 년 전, 미국에서 포르투갈 청년 미구엘을 만났다. 리스본 출신으로 나와 또래였던 그는 한때 쿵푸를 수련하다가 우연히 『능엄경』을 접했고, 그 감동을 따라 선지식을 찾아 먼 미국까지 왔다고 했다. 이후 그는 매년 미국을 찾아 선명상을 배웠고, 어느 날에는 스승님을 직접 포르투갈로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덕분에 나 역시 유럽 선명상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포르투갈 땅을 밟았다. 시간이 흘러 출가한 뒤, 작년에는 지도자의 입장이 되어 다시 리스본을 찾았다. 예전 수행을 함께한 미구엘과 친구들은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새로운 땅에서 다시 시작한 수행


리스본 외곽의 조용한 공간에서 3박 4일간 선명상 리트리트를 열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온 스님들, 봉사자들이 함께하며 절 수행, 염불, 명상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자세, 낯선 생활 리듬 속에서 참가자들이 처음부터 좌선에 몰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다리의 불편함을 참고 오래 앉는 '가부좌 자세'는 대부분 처음 접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접근을 달리했다. 단지 가부좌를 틀고 앉는 동시에, 절 수행, 염불, 진언, 예불처럼 몸과 소리를 함께 쓰는 방식으로 문을 열었다. 매일 이어진 담마토크에서는 수행의 의미와 방향을 함께 나누었다.


절 수행에 열린 마음을 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절 수행'에 대한 관심이었다. 요가나 기공처럼 몸의 움직임을 통해 몰입하는 방식은 참가자들에게 훨씬 친숙했다. 한국에서는 좌선이 주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리스본에서는 절 수행이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해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일정.


낯선 환경과 방식에도 묵묵히 참여하며 마음을 다스리려는 그들의 태도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종교나 문화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 마음을 전하다


올해 다시 리스본을 찾았을 때는 새로운 얼굴들도 많았다. 하지만 절 수행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고, 참가자들은 작은 몸짓 하나에도 집중하며 3일 내내 배우고자 애썼다. 복잡한 현대 도시에서 다양한 명상법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들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종교를 넘어, 국적을 넘어, 진심으로 자신을 돌아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건 참으로 희망적인 일이다. 그들이 보여준 겸손과 노력은 '수행'이란 단어에 담긴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일상으로


언젠가 그들 각자가 또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받은 가르침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소중한 인연이 단발성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살아 있는 수행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다시 만날 그날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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