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생의 어둠도, 불빛 하나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지혜를 등불에 자주 비유합니다. 어두운 방 안에 들어섰을 때, 작은 불빛 하나만 켜도 온 방이 훤히 드러나듯, 지혜는 우리의 마음을 밝히는 힘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때가 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애써도 답이 없고,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질 뿐일 때.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수행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행을 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데, 왜 나는 더 산란해지기만 할까?" 수행을 시작하면 흔히 이런 의문과 혼란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아직 '빛'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無明)"이란, 말 그대로 밝음이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아직 마음의 등불이 켜지지 않았기에 어둠을 헤쳐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선 명상을 하며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어두운 내면에 작은 불빛 하나라도 켜지기 시작하면, 그 순간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방 안이 아무리 오래 어두웠어도, 불빛 하나면 충분합니다. 그 빛은 구석구석을 비추며 우리가 외면하고 감추었던 감정과 실수, 후회까지도 함께 드러냅니다. 밝히는 일은 때로 아픈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더 중요합니다. 빛이 조금 생겼을 때, 우리는 또 하나의 미묘한 함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꽤 해냈다'는 생각,
'이제는 남들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단 하나의 생각,
이런 생각이 슬며시 마음에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수행이 익숙해질수록, 스스로를 '수행자'라 여기며 남을 판단하고 단정짓는 마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교만은 아주 조용히 다가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격려하는 말처럼 다가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이의 부족함이 먼저 보이기 시작하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수행의 불빛을 흐리게 만드는 또 다른 어둠입니다.
불교 경전에서는 이런 상태를 '증상만(增上慢)'이라고 부릅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착각하는 마음. 부처님께서 가장 경계하셨던 함정 중 하나입니다.
진짜 수행자는 '밝아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진짜 지혜는 '나는 빛난다'고 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불빛을 더 조용히, 더 낮은 자리에서 지켜냅니다. 겸손은 수행의 마지막 덕목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가야 할 덕목입니다. 마음을 밝히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빛 하나를 지켜가는 일은, 매일의 삶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낮추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선 명상은 그저 시작이 아니라, 그 빛을 오래도록 지키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