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와 난쟁이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옆집에 닿은 창문은
닫혀 있고
아빠의 유튜브 소리도
코 자고 있으니
고요해야 했다
내 시선은 양말꾸러미로
던져진다.
엄지발가락 쪽에
큰 구멍이 나 있는 걸
보아하니 발 큰
형의 흰색 양말이었다.
구멍 난 세상에
난쟁이 5명이 클래식 연주를
관중이 없어서 날
불렀을까 힘차게 박수를
손 바람이 거친 바람이
되어 무대는 초토화
난 면봉을 가져와
복구 작업을 시작한다
뒤이어 다음 무대를 이끌
난쟁이 트리오가 무대에
자세히 보아하니
내 옷장에 걸린 옷들과
비슷하게 입은 룩들
내 웃음소리까지
복사한 이들의 향연
나는 작은 구멍으로 작은 세상을
그들은 큰 구멍으로 큰 세상을
내 두 눈으로 보는 밤하늘보다
이 구경으로 보는 세상이 더 호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