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지리 셋
긴 인연을 보내고
끝나지 않는 폭포수를
피할 겸
집 앞에 있는 천으로
멍 때리는 사이
생각의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멜로디뿐인 팝송 그리고
달달한 쭈쭈바 한 개 먹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이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전거가 이끄는 바람도 함께
자전거 탄 사내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밞고
내게로 성큼성큼
자전거를 끌며 다가온다
나보다는 짧은 이별을
했던 친구였다.
주어도 필요 없었다.
"얼마나 됐냐 헤어진 지?"
"나는 이제 3주"
"나는 3달 넘었는데.."
내 이별 선배에게
조언을 얻고 싶지 않아도
혼자 있는 공백이 싫어
깊은 조언에 몰입을
기다란 벤치에 두 사람
동네에 사는
키 크고 어설픈 친구가
벤치 옆으로 다가와 놀라게 한다
옆에 있는 친구보다 더
짧은 이별을 한 친구였다.
역시 주어는 필요 없었다.
"1년 정도 안 돼서 헤어졌어"
둘 다 동시에 입을 연다
"야 그건 연애한 것도 아니다"
긴 벤치가 꽉 차서
세 사내의 열기가 펄펄
지나가는 커플을 보고
열이 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모지리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박장대소
아이스크림 녹는 줄도
모르고 천은 서서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