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명 록
긴 액자 하나에
그림 한 폭이 꽂혀 있다
멀리서 보면 흰 백지로
보일 테지만 가까이 가면
작은 점 하나가
꼬마 하나가 방명록처럼
남긴 점 하나
점 하나가 외로워 보이니
옆에 작은 꼬마 아이도 툭
구멍 두 개가 있으면
그걸 감싸줄 동그라미까지
그리니 잡히는 균형감
울음소리가 곧 들려오는 듯한
잉태하기 직전의 태아의 모습
또한 물체에 걸려 데굴데굴
굴려가는 와이셔츠의 단추 구멍
아니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반달 돌칼일지도
마지막 꼬마 손님 하나
엄마 몰래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려다
들키는 바람에
미완성된 반 원
액자 속 그림 한 폭은
이제 편히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