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지친 몸을 이끌고
도어록은 외친다 귀가완료
가방은 왼쪽 바닥에
옷가지들은 오른쪽 바닥에
씻을 힘이 없어도
욕조의 물은 따스하게
잠시 그 속으로 빠져본다
햇빛이 일렁이는 바닷속
물고기들과 유영하다
거북이 등에 탄
토끼 한 마리
거북이에게
간을 조심하라고
말하고 싶어도
동화를 유지하기 위해
입을 꾹
고래 등에 탄
교복 입은 아이들도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난 그들의 안부를
지상으로 전할 임무를
그리고 팔에 걸리는
페트병 라벨
그걸 수거하고 다니는
용궁 사람들
시간이 됐는지
내 몸은 부력에 의지하여
지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