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천장에 물방울이 왜 맺히는 거예요?"
보령 작은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오르막길을 내려와
해안길을 따라 시내로 나가
오래된 목욕탕으로 나선다
군복을 벗어던지고
아이처럼 체중계 위에
세 자리에 육박하지만
바늘이 멈추기 전에 내려온다
바다와 사뭇 다른 향의
습기가 몸을 덮쳐도
반갑게 맞이하고
헤어드라이기 소리를 틈 타
김이 나는 문을 열고
가볍게 몸을 씻으며
온탕으로
심장에서 제일 먼
발에서 무릎까지 퐁당
이미 내 옆자리엔
두 꼬마와 백발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답한다
"여기 뜨거운 물이 올라가서
차가운 천장을 만나 물방이 맺히는 거지"
"우와 우와 신기해요 할아버지"
무릎에서 상체까지 퐁당
아이들은 뜨겁다며
헐레벌떡 냉탕으로
할아버지는 아이들
때 밀 준비를
온탕이 너무 뜨거워
냉탕으로 가려고 하다
아빠의 외침이 들려온다
"이리 와서 아빠 등 때 좀 밀어주라"
천장에 올라간
물방울 중 하나는
목욕이 끝난 뒤
때 민 아버지가 내미는
바나나 우유색을 물끄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