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버튼
비 내리는 우리 집
큰 방에는 보일러 버튼이 있다
엄마가 집에 없는 사이에
보일러의 외출 버튼을 누른다.
보일러 버튼 아래에는
내부가 잘 보이는 우체통
고층에는 며칠 전에 썼던 편지 2통
중층에는 세금 고지서
저층에는 철 지난 청첩장
제일 꼭대기 층인 보일러 버튼 위에
유니폼을 입고 찍은 내 사진이 깊게 꽂혀 있다
아마 이 깊은 곳 안에도
엄마만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숨겨져 있나 보다
버튼은 눌리고
사진 속의 '나'는
잘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