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야자를 도망치고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
교복 입은 사람들 사이에
나를 찾을 수 없게 모퉁이로
다음날 아침이 되면
봉긋 솟아 오른 여드름이
거울에 매달려 있을 때
등교 마감은 벌써 10분 전
날씨가 추운 탓에
아늑한 교실에서 스르르
4교시 내내 잠을 잤더니
맛있는 고추장불고기 냄새에 흠뻑
칠판에 몇 주 전부터 놓친
글자들은 온데간데없고 새로이
오후에는 낭만을 챙기며 소설을
그것도 대놓고 읽다가 교무실 행
앞머리가 애매하게 이마에
걸터앉은 건 빗으로 쓱쓱
가르마를 잘못 탄 앞 머리가
교복 위에 한 올 한 올 엉겨 붙다
울리는 종소리
마지막 남은 한 교시
잘못된 자세로 잠을 청하다
다리에 쥐가 나버린다
속이 빈 큰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도착하자마자 거울을
솟아 오른 흔적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