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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에서 날벼락같이 떨어졌더니

삶의 현장

by 천문학도

거인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무리 지어 내려간다.


뒤이어 긴 원통을 맨 큰 사나이와

무겁고 큰 태양 아래서 포즈 잡는 여자 거인


혹시 튀김 부스러기가 떨어질까 싶어


조심스레 따라가다

속도 위반하는 차량의 숨소리로


차도에서 날벼락 같이 떨어졌더니

초록색 녹음이 무성한 잔디 위


아까 봤던 거인족들은 남긴 잘 익은

세모 모양의 밀가루 조각들


그리고 닭의 향이 느껴지는 튀김


그 사이를 뚫고 오는 꾸릿꾸릿한 냄새

어두컴컴한 동굴 끝에는 막 다른 길


나의 향을 들어내고 다시 출입구


이 거인들은 비만 안 오면

아까 본 원통에서 무언가를 꺼내


네모난 모양으로 만든 뒤에

잔디 위를 군림한다.


매주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쉽게 오지 않을 기회다


잡아야 된다.


아무 맛이 안 나도

간이 너무 짜도


자그마한 검은 손과 발로

있는 힘껏 부스러기를 들고


무성한 수풀 사이에 숨어

나뭇잎에 기대어 큰 강을 바라본다.


굶주림이 채워지고 나서야


큰 문제가 생겼다.

거인들이 늘어나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


정신 안 차리면

신호 없는 길은 무덤으로 가는 지름길


인간의 페로몬이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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