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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May 14. 2021

술의 몸짓 2


칠산 앞바다의 조기 떼가 목선을 타고 뭍에 올라 바닷바람 멱을 감아 살을 굳혀가고 푸른 동해 고래들도 바닷가 높은 바위에 조각으로 들어와 박혀 생명을 이어가는


낱알 낱알 모든 시절을 겪고 익어 모여 불과 물의 단련을 지나 한 모금의 수정으로 잔속에서 찰랑이는


모든 바다와 해양이 응축되어 순수의 결정으로 때 묻은 테이블 위 한병으로 이슬 땀을 흘리며 말없이 사람들의 온갖 언사를 용해하는


희노애락으로 끈적해진 피를 희석해 씻어내고 마침내 생각의 경계선들을 무너뜨려 모든 가치로운 것들의 검은 이면을 드러내는


그리하여 매끈한 넥타이 줄같이 달라붙은 모든 관계와 쓸데없는 기대를 후끈히 태워올려 소유했던 갖가지 희망도 바닷가의 흰포말로 사라지게 만드는


밤 열시 마감을 재촉하는 주인에게 마지막 잔을 쥐여주면 냉장고 유리문 밖으로 내다보는 도열한 술병 속에서 응축된 위로로 또 다른 밤을 기약하는



(애정하는 지인이 넘 길다고 1,2편으로 나눠보란다. 취중 글임을 알겠단다.

그래도 다듬고 고쳤다고 했다.

왕희지의 난정서도 그렇게 탄생했다고 전했다. 어이없었겠지만 기분좋게 장단을 맞춰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ㅎㅎ

전날 술 탓인지 급더워진 날씨 탓인지 야외 카페에선 땀이 흐른다.)



늦은 밤 골목길의 조각 불빛을 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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