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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un 10. 2021

제비 맞으러 나가다

흥부가 - 제비 몰러 나간다


제주시 서쪽 외곽

외도2동 연대마을 펜션

지는 해도 구름에 가려 아련한데

해안가 도로 위에

한 뼘 높이로 나는 작은 새


날렵한 몸매에 매끄 비행술로

담장 너머 처마 밑으로 수없이 날아드네

그저 먼 에서 온 줄 알았더니

국경을 지나고 큰 바다를 건너서

이역만리 절벽 틈새에 집을 짓고 산다네


연대마을 바닷가 카페 1층 테라스 천정 구석에

진흙을 물어다 붙여서 반쯤 지은 둥지

며칠 후엔 보금자리가 완성될 테고

또 얼마 후엔 알에서 깬 새끼들이 고개를 내밀 테지



더운 여름날 흐르는 개울물을 차고 날던

물 찬 제비들이 모두 어디로 갔나 했더니

몇 해 전 강원도 낙산사 가는 길의

지붕 낮은 할머니 칼국수 처마 밑에서

제주 해안가 마을에서

사람들 다리 곁을 스치듯 날고 있었네


전깃줄에 앉아서 쉴 때는

하얀 가슴을 내밀고

두 줄기 긴 꼬리로 균형을 잡으며

뜨거운 햇빛과 거센 비바람으로 가득했던

바닷길을 상기했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끼들은

부모를 따라 기나긴 첫 여행길에 올라야 하리


이 땅의 흙으로 집을 짓고

이곳의 풀씨와 벌레로 배를 채워

수천만 리 떨어진 타국으로 날아가면

이 땅의 기운도 혼령들도 함께 실려가겠네

따뜻한 강남으로

그리곤 봄바람에 실려 다시 돌아오리니


단층집이 사라지고

처마가 짧아지며

풀벌레들이 숨어들자

제비들도 낮게 비행하며 지저귈 수가 없었지


제주 연대마을에는 아직도

무도회의 작은 손님들이 하루 종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네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채우고

여러 자식들을 길러낸다네


날마다 처마 밑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마친 어느 초가을날 저녁

텅 빈 둥지만을 남기고

모두 날아가 버리면


한동안 서운함적막감으로 가득하겠네

외도 2동 바닷가 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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