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형 Dec 19. 2021

희망과 절망

내가 아는 유일한 것


나는 누구에게도 희망을 말해 주고 싶지 않았

내가 아는 희망은 모두 진실이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절망을 심어 주고 싶지 않았

내가 아는 절망 또한 모두 거짓과 다름없었다


앎 밖으로 쫓겨난 시간

숲과 강과 바다와 하늘의 장대한 숨결 앞에서

생각마디마디가 흩어져 갔


내가 보고 들었던 수많은 것들은

물 위로 일렁이는 빛 그림자에 불과했다

거대한 세상조차 부글거리는 거품과 같았다


내가 알게 된 유일한 것은

사람이 생각해낸 것은 모두 부서져 사라진다는 것


그저 기쁘라

애초에 희망과 절망의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굳이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라




*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주말.

강추위 예보와 함께 소리 없이 눈이 내린다.

새색시같이 고운 첫눈이다.

러나 캐럴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성탄절.

바이러스 감염으로 모임조차 어려운 축제.

높게 쌓인 성벽이 무너지는 대재난 속의 길일.


그동안 지녀왔던 희망과 절망이

진정한 소망에 대한 것이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으로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