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이브에 눈이 오면 좋겠습니다
낙엽진 나무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골 마을 언덕에도 눈이 내리면 좋겠습니다
멀리 빈 들판 볏짚동가리 위에도
소복히 눈이 내려앉으면
참 좋겠습니다
한밤중에 눈이 오면 좋겠습니다
소리없이 춤추며 까만 밤을
하얗게 수놓듯 눈이 내리면 좋겠습니다
지붕 위와 뒷뜰 장독대에도
아담하게 눈이 내려앉으면
참 좋겠습니다
연인들 머리 위로 눈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람들도 팔짱을 끼고
괜스레 성당 길을 걸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날의 낡은 사랑일랑 덮어내고
희고 깨끗한 사랑을 지어내는 눈이 내리면
정말로 참 좋겠습니다
* 지난 겨울의 호수 정원 사진을 빌려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핑계삼아 공연히
눈의 요정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작은 기대감을 접을 수는 없다.
눈조차 귀해진 시절.
추억 속의 설경.
그 많던 고드름과 눈사람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