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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ug 15. 2021

첫 디카시 응모 체험

2021 황순원문학제 제5회 디카시 공모전


어제는 문득 두어 달 전쯤에 한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디카시 응모를 해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거야~


그러지 않아도 얼마 전 언론에서 다수의 디카시 수상작이 표절이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참 재밌는 일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지인은 나의 글쓰기가 사진과 짧은 글 형식에 어울릴 거라고 조언했다.


- 그래? 근데 이런 건 좀 가볍고 간지러운데?


사실 짧게 쓰는 것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큼 비유와 상징을 통해 적절히 농축하여 표현하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디카시 협회의 공고에는 순간 포착, 순간 언술, 순간 소통의 특징을 명시하고 있다.


모든 시대에는 트렌드가 존재한다. 예술가는 일반적으로 촉이 예민한 편이다. 그래서 시대를 앞서가는 표현으로 찬사를 받기도 하고

때론 탄압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 표현 방식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편이다.

과거의 찬란한 전통과 가치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누가 지금 고려말 조선조의 시조를 이어 짓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형식을 지켜갈 것인가.

그것은 그 시대의 빛나는 유산으로 족하다.


sns 앱도 전성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유튜브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15초짜리 영상을 올리는 틱톡 - 중국 앱이라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퇴출 위기에 놓인 -으로 옮겨간다.


예술적 표현 방식도 짧은 시간의 시대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전통 회화의 유화는 마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부분의 화가들은 굳는 시간이 짧은 아크릴 물감을 전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재료와 섞어 혼용한다.


시와 소설도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여러 형식을 실험하고 사용해왔는데

단순히 길이의 양식으로 예를 든다면,

우리에겐 3.4 혹은 4.4조 3행의 전통 시조가 있고

일본엔 하이쿠라는 전통 2 행시가 있다.

그리고 불교 사찰의 수행법에는 한 마디의

악!, 할!, 쿵!(주장자 치는 소리) 등이 있다.

물론 소리 없이 묵상, 명상으로 종교예술적 전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글이 자기만족에 그치면서 교류의 장을 벗어나면

생기를 잃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대의 흐름에 좀 더 민감해지지 않으면 옛사람이 되기 쉽다.


이렇게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

사진과 짧은 시 창작 표현이 조건인 디카시 응모를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마감일이 하루 남은 응모전 알림이 떴다.



무언가를 새로 쓸 시간이 부족했는데 찾아보니 지난겨울에 양평 두물머리를 다녀와서 쓴 시가 몇 편 있었다. 그래서 5줄 이하로 줄여보기로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더구나 무거움을 털어버리고 순간의 반짝임을 드러내야 했다.

아래는 원문에서 2차, 3차로 수정을 가한 변형 기록이다. 

이렇게 일단 결과물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다.





3편 이내로 응모할 수 있기에 두 편을 추가했다.





지난 5월 제주 공항 활주로를 달리는 셔틀버스에서 의 한 컷. 응모 주제에는 황순원 작가의 작품도 들어 있었다. 그래서 소나기를 소재로 삼아 보았다.

3편 모두 더 다듬어야겠지만 오늘 18시까지가 응모 기한이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일단 응모를 마쳤다.



디카시 응모의 포인트는 '순간'이다. 순간의 미를 가볍게 그러나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기준에 걸맞은 시를 만들었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은 재미있었다.


수많은 정보와 사건의 내용이 점철되어 쏟아지는 현시대.

영원이라는 주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순간을 살아내야하는 우리의 운명이 반영된 형식.


디카시 공모도전해 본 낯선 첫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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