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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Nov 22. 2021

아침


앳된 햇살로 어깨를 한 겹 두르고

한기를 밀어내는 이른 아침


유년의 아스라함처럼 산등성이 위로 어른거리다

순식간에 화살처럼 길게 뻗쳐오르는

뜨거운 태양도

처음에는  순하다


아직 살아있음과

살아내야 함의 물결이 교차하는 시간

어린 빛은 새날로 저울을 기울여내고 만다


미처 용서하지도

용서받지도 못한

어제는 가슴에 묻어버리고

빛의 씨앗을 다시 품어내라고 한다


이 아침에는 견뎌냄이 옳다

간밤의 습기를 겹겹이 거둬 올리며

한 뼘씩 다가오는

햇살의 제국이 열리는 것을 목도해야 한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이들은

거침없이 밝아오는 아침으로

심장속의 어둠을 녹여낼 것이다


아침은

모든 젖은 위로

홀로 환히 빛나며 물결친다




p.s. 배경 사진의 해는 시간상 내용과 일치하지는 않다. 포인트는 바다 위로 찰랑거리는 햇살의

생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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