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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Oct 20. 2021

목소리


12시가넘자소리가들려왔다


밖으로밤이걸어다니는소리

달빛이창틀에부딪혀깨는소리

방안벽에걸린시계의날카로운초침소리

낮게울려퍼지는형광등의전기소리

벽을타고들리는수돗물의흐느끼는소리

그사이로가끔씩거리의배달오토바이엔진소리가진폭을키웠다가사라졌다


누군가말을걸어왔다

대답을했는데

무엇인가불만스러웠는지화를냈다

다투기싫어피하고싶었지만그목소리는계속이어졌다

결국그만하라고소리를질렀다

하지만두눈을똑바로뜨고계속나를쳐다보았다

추궁하며따라오는그는낯이익었다

자세히보니바로어제의나를닮았


화해하지못했던지난날들이찾아와시비를거는밤

그들의빛깔은어두웠다

아니오늘이오히려더검게물들어있었다

나는회개의자세를갖추지못했기에

지난것들에게서용서를받지못했


밤은하루를심판하는법정

날마다그재판장에서

참회의글을써보려했지만

가식과변명만더늘어났다


후회가몰려다니는거

소리의감옥

거친숨소리는창살로허공에촘촘히들어섰


12시가넘자어제가되어버린시간이

냉정한목소로다가와인사를건넸다

지난날의대가를잘치르고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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