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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Dec 07. 2021

대설


바람이 불더니

가을의 장막이 걷히고

코끝 찡한 아침이 문밖에서 기다립니다


벌판의 꽃대궁과 가시덤불은

잔뜩 움츠린 채 흰 서리를 덮어 쓰고

간밤에 지나간 한 사내의 발자국이

흙바닥에 문신처럼 새겨졌습니다


그리움도 사람의 일이라

계절이 지나면 잊힐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회색 하늘은

마른 잎으로 접어두었던 기억펼쳐내고 맙니다


오래됨과 새로움이 얼굴을 마주 대하는 오늘


묵은 사진을 대하자

참았던 흰 눈이

기어이 마음 강 위로 펑펑 내려앉습니다





* 대설인 오늘, 눈비 소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언젠가 찬 바람이 불었고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지금도 극지방 어디엔가는 눈보라도 날리겠지요.


계절로 기억하는 지난날.

추억의 땅 끝에서 흰 눈을 맞이합니다.


(눈 내린 사진은 지난 어느 해의 겨울에게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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