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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Apr 15. 2022

호미


호미는 사람을 닮았다

아니 늙은 엄니를 빼닮았다


노인네뒷산으로 돌아가고 난 뒤

닳아버린 호미는 구석으로 밀쳐졌


한참 후 중년 여자는 도회지의 공기에 질려

먼지 쌓인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광에서 찾아낸 보잘것없는 연장

한번 쥐자 손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고것으로 마른 흙을 파서 호랭이콩을 심고

둥굴레 뿌리를 캐고 파밭 김을 맸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눈가로 스며들 때

뭉툭한 쇠붙이는 남편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여인은 대를 이어 반토막이 난 호미로

몸을 숙이고 갖은 사연에 묻


호미가 한 걸음 앞장서는 생

그녀도 어느새 굽은 호미를 닮아갔다




* 얼마 전재미 삼아 친구 부부를 따라 냉이를 캐러 간 적이 있다. 연장은 낡은 과도 두 자루. 사실 냉이는 뿌리가 긴 편이라 호미가 있어야 제격이다.

길가 언덕에서 내가 찾아낸 것은 열 개 정도.

친구는 그  배를 캐냈다.

그러나 그것도 산림법에 위반될지도 모르는 . 우리는 대충 털고 일어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봄볕을 쪼였다.


어제 티브이의 한 프로그램, 한국인의 ㅇㅇ에서 홀로 된 할머니의 친구이자 남편인 호미가 등장했다. 그리고 80년이 지나 닳아버린 호미를 이어받아 소중히 여기는 중년 여인도 인터뷰에 응했다.


여인들과 거친 땅을 묵묵히 이어주던 연장.

그 호미질에 그네들의 갖은 애환도 부서졌으리라.



아마존의 밭을 갈고 있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영주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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