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가는 길

산사의 단풍

by 김도형



범어사 가기로 한 아침

전날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자 강한 바람까지 불었다


마음속에는 조바심이 일었고

동행인의 얼굴엔 표정이 사라졌다


한 시간 동안이나 비 오는 밖을 내다보다가

결국은 우산을 펼치고 길을 나섰다

제대로 된 순례길이 되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절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강풍에 우산은 뒤집어지고

옷은 비바람에 흠뻑 젖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쏟아져 내리는 비를 뚫고

사천왕문 아래로 간신히 몸을 숨겼다


마주한 앞 산을 바라보니

비의 장막이 겹겹이 날아가고

바람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공중에서 군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난데없이 산 까마귀 한 마리가

일주문 지붕 위로 빗속을 날아가고

담장 옆 샛노란 모과는 종처럼 흔들렸다


대웅전 처마 아래로 몇 바퀴를 돌자

보살들의 발원기도는 무르익고

비바람은 운무로 바뀌며 산 위로 올라갔다


산사에 마음의 추를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

형형색색의 조각 별들이

물기를 머금고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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